[워싱턴 라운지-배병우] 미국 대도시에 세그웨이 붐

입력 2012-12-09 18:31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그웨이는 공항에서 경찰 등 보안인력이 타고 다니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12월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워싱턴DC에서는 세그웨이를 탄 채 줄지어 이동하는 이들을 요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세그웨이 투어족’들이다. 세그웨이는 서서 타는 두 바퀴 전동스쿠터로 차세대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불린다.

3년 전 세그웨이를 이용한 시내 관광이 시작된 워싱턴DC는 올해 전기를 맞았다. 지난 6월 세계 최대의 종합박물관과 연구센터를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재단이 내셔널몰(워싱턴DC 중앙의 거대한 잔디광장)과 주변 기념관을 도는 세그웨이 관광상품을 내놓은 것. 79달러를 내면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백악관, 링컨기념관, 미 의회, 워싱턴 모뉴먼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을 세그웨이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스미스소니언 세그웨이 투어 매니저인 릭 타이슨은 “1000에이커에 달하는 워싱턴DC 중심부를 도보로 관광하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며 “보도가 넓고 차도로도 이동하기 쉬워 워싱턴은 세그웨이 관광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그는 세그웨이 운용은 몇 분만 연습해도 배울 수 있으며, 시속 9마일(약 13㎞) 이상을 낼 수 없고 헬멧을 착용하기 때문에 안전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스미스소니언재단 외에도 3곳 이상의 민간회사가 세그웨이를 이용한 워싱턴 시내 관광상품을 운영 중이다. 세그웨이 관광이 활성화된 데는 워싱턴DC 당국의 지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워싱턴DC 교통국은 차로를 줄이는 대신 자전거 도로를 넓히고 여기에 세그웨이가 다닐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의 모든 도시가 세그웨이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는 보행자 안전 문제를 들어 보도에서 세그웨이가 다니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 등 한국의 여러 대도시도 세그웨이를 이용한 관광상품 허용 여부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안전과 친환경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을 마련하는 데 미국 대도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