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입 모양 보고 필기…” 청각장애 1급 서울대 합격
입력 2012-12-09 18:19
“집 근처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월 1회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부 수시 모집에 합격한 인천 부광고등학교 3학년 김준희(19·청각장애 1급)군은 9일 합격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같은 반 발달장애인 급우의 도우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에 대해 눈을 떴다고 덧붙였다.
김군이 어릴 때 ‘고도 난청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 이화숙(44)씨는 처음엔 자책감에 시달렸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김군의 언어치료에 매달렸다. 청각장애가 있으면 언어장애도 동반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군은 네 살 때부터 언어치료 교육센터를 다니며 큰 소리로 책을 읽는 연습을 했다. 집에서도 앉은 자리에서 1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발음 연습을 했다.
김군은 광주에서 태어났지만 유치원 입학 무렵 부모들은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인천 부평역 인근으로 이사와 초·중·고를 모두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시켰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보며 노트 필기를 한 그는 수업 내용을 전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김군은 “쉬는 시간 친구들에게서 노트를 빌려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교무실에 직접 찾아가 선생님께 여쭤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