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경제민주화 실행하면 2013년 성장률 0.5%P 떨어질 것”

입력 2012-12-09 18:2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들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 후보들이 쏟아낸 경제민주화 공약이 이행되면 경제성장률 하락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9일 ‘KERI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9%로 예상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대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운용되면 성장률이 2.4%로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올해 성장 역시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2%와 내년 성장률 2.9%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2.6%, 3.3%보다 각각 0.4% 포인트 하향된 것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늦어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재정 건전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추가 경기 부양책을 쓰기 어렵고, 가계부문도 주택시장 침체와 가계부채 등으로 소비여력에 한계가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최악의 경우 유로존 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미국의 재정절벽, 중국의 성장 둔화 등 대외 리스크가 불거지고, 대통령 선거 이후의 투자심리불안에 경제 민주화라는 내적인 리스크까지 겹치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1.8%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연구위원은 “경제민주화 공약이 추진되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설비투자 위축”이라며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이 기본 전망치 3.4%에서 -4.5%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선 기간을 포함한 4분기 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이 대선이 없던 해에 비해 약 6.5% 포인트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나 순환출자 금지 등 경제민주화 정책이 현실화됐을 때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는 부분을 추가로 고려해 산출한 수치다.

실제로 2000∼2008년 출총제를 적용받은 기업의 유형자산 증가율은 3.5%로, 출총제를 적용받지 않은 기업들의 9.3%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 위원은 “출총제가 기업의 실물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확인됐다”며 “순환출자 규제도 기업의 재원을 투자보다 경영권 방어에 써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이 일자리 증가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아시아금융학회가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도 오정근(아시아금융학회장) 고려대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성장 촉진형이면 일자리와 보완적인 관계가 되지만,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 증가라면 상반된 관계가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하면 총취업자가 0.3%, 약 6만명 증가하는 등 경제성장률이 고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민주화가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 성장률뿐 아니라 고용 증대에도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