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남홍, 앙드레김 유작 드레스 입고 미술과 패션의 만남 퍼포먼스

입력 2012-12-09 23:58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 남홍(본명 이남홍·56)씨가 8일 경북 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에서 ‘거울 앞에 서다’ 특별전 개막식을 가졌다. 한지를 불태우고 남은 재를 화면에 붙인 콜라주 작품 등 100여점을 선보이는 작가는 전시 오픈 행사에서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1935∼2010)이 마지막으로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퍼포먼스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붉고 화려한 비단에 용과 꽃무늬 등을 수놓은 이 의상은 앙드레김이 2010년 8월 숨지기 직전 남홍 작가에게 지어준 것이다. 당시 앙드레김은 “다음에 전시를 열면 이 드레스를 입고 퍼포먼스를 벌여 미술과 패션의 접목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앙드레김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지는 바람에 그의 유작이 됐고,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

대구 효성여대를 나와 1982년 파리로 건너간 뒤 독특한 재료와 강렬한 색채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작품에 담아낸 남홍 작가는 지난해 플로랑스 비엔날레에서 프랑스 대통령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30년 동안 한국 현대미술을 알리는 데 공헌했다.

그의 작품 주제는 산 봄 나비 비상 등이며, 빨강 노랑 파랑 등 화려한 색깔로 현란한 감흥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한지를 태운 재를 오브제로 활용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한국적인 정서로 풀어낸다. 작가는 “이번에 앙드레김의 의상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작품도 내놓았다. 미술과 패션의 아름다운 만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6월 23일까지(054-338-9391).

이광형 선임기자, 사진=시안미술관 제공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