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이라크 포로 고문한 미군 죽이자는 내용의 랩 불렀다’… 싸이 “부적절한 언어 썼던 것 후회”
입력 2012-12-09 18:17
‘월드 스타’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5)가 과거 반미 집회에 참가하고 미군을 살해하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 사실이 미국 현지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싸이는 “부적절한 언어를 썼던 것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9일 싸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YG) 등에 따르면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미디어아이트’는 지난 7일(현지시간) 싸이가 2002년 주한미군 반대 집회에 참여해 반미 퍼포먼스를 했으며 2004년엔 ‘이라크 포로를 고문한 미군들을 죽이자’는 내용의 랩을 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뉴욕매거진 등 주요 매체들도 해당 기사를 인용,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문제가 된 노래는 국내 록밴드 넥스트가 2004년 발표한 ‘디어 아메리카(Dear America)’로 싸이는 이 곡에 랩퍼로 참여했다.
싸이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생의 매우 중요한 시기를 미국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미군의 희생을 잘 알고 있다”며 “내가 쓴 단어들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8년 전 내가 부른 그 노래는 전 세계에 반전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터진 이라크 전쟁과, 한국 소녀 두 명의 죽음(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양 사건)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가사가 어떻게 해석됐을지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YG는 “공연(퍼포먼스) 자체에 대해 사과한 게 아니라 ‘과도한 단어’를 사용한 부분에 대해 사과한 것”이라며 싸이는 반미 시위가 아니라 반전 시위에 참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반미 공연 논란’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계획대로 싸이가 나오는 공연에 참석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9일 워싱턴DC 백악관 근처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Christmas in Washington)’ 공연에 관례대로 참석한다고 밝혔다. 주최 측인 미국 케이블 채널 TNT는 행사 홈페이지 등에서 싸이의 공연 사실을 재확인했다.
백악관은 아울러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올라온 ‘싸이를 이 공연에 초청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삭제 조치했다. 사이트 관리자는 이 글이 특정인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위반했다고 삭제 이유를 설명했다. 삭제 전까지 이 청원에는 500여명이 서명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