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 발사 연기 시사… 기술 결함? 정치적 판단?
입력 2012-12-09 18:16
북한이 9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시험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전 0시40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언급을 통해 “일련의 사정이 제기되어 우리 과학자, 기술자들은 ‘광명성-3호’ 2호기 발사시기를 조절하는 문제를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발표했던 로켓 발사시기(10∼22일)가 임박한 가운데 이미 거치대에 로켓을 모두 설치한 상황에서 나온 북한의 이 같은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이 ‘일련의 사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발사 연기 배경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우선 발사 마지막 점검 과정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생했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하루 이틀 전 갑작스럽게 발사대 인근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며 “중대한 기술적 결함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발사대에 장거리 로켓을 장착하는 작업을 시작해 3일 1단, 4일 2단 로켓을 각각 발사대에 장착했으며 4일 오후부터 5일 오전까지 3단 로켓 장착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 주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정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폭설과 추위 등 기상 악화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북한연구사이트 ‘38노스(North)’는 지난 7일(현지시간)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동창리 발사장에 최근 눈이 내려 로켓 발사 준비가 더디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발사 발표 당시인 지난 1일에는 이 같은 강추위 예보가 없었다”며 “추위에 예민한 부품이 많은 로켓이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 특히 중국의 압력에 따른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3번이나 내면서 ‘신중한 행동’을 촉구하는 등 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중국 영향 때문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다”고 말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예고된 상황에서 북한이 기술적 결함을 핑계로 한발 물러섰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정부는 현 상황에서 북한의 발사 연기 시사 배경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기술적 결함과 정치적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북한이 예고했던 10∼22일 중 발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기술적 결함 때문일 경우 나로호의 예처럼 하루 이틀 내에 이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고,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면 북한이 발사 연기 의사를 재차 뒤집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발표 의도와 상관없이 북한이 발사 자체를 포기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