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권자 분포] 5060세대 늘어 朴 웃고… 분화된 영남서 文 선전

입력 2012-12-09 17:34


유권자를 알면 대권(大權)이 보인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로 청와대 주인을 결정해 온 유권자들의 분포는 시대별로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여론조사기관은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할 때 행정안전부에서 작성한 인구통계 자료를 토대로 샘플을 구성한다. 이때 적용하는 기준이 성별, 지역별, 연령별 유권자 구성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연령별 유권자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16대 대선부터 올 18대 대선까지 20대와 30대 유권자 수는 계속 감소한 반면 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20대 유권자는 2002년 811만명에서 올해 738만명으로 73만명 감소했고 30대 유권자는 880만명에서 822만명으로 58만명 줄었다. 20대와 30대 유권자 수가 130만명 정도 줄어든 셈이다. 지금의 40대 이상이 베이비붐 시대였다면 20대와 30대는 세계 최저 수준(가임여성 1인당 1.4명)의 합계출산율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50대 이상 유권자는 10년 전에 비해 무려 550만명 이상 더 증가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된 탓이다. 40대도 10년 만에 105만명 늘어 18대 대선에서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세대가 됐다.

‘3김 시대’였던 13대∼15대 대선처럼 지역구도가 강할 때는 세대별 유권자 구성비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세대 구도가 대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지역 구도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2년 16대 대선부터 ‘2030’ 대 ‘5060’의 세대 구도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젊은층과 장·노년층의 대결 구도 속에 40대는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왔다. 18대 대선에서도 40대가 승패의 키를 쥐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030세대에서 각각 우위를 점해 중간세대인 40대의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유권자 수가 압도적이다. 1997년 15대 대선 당시 전체의 45.5%에서 계속 증가해 지금은 49.4%로 절반에 육박한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수도권에 인구가 계속 유입된 결과다. 반면 호남, 영남, 강원·제주는 유권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다만 충청권의 경우 정체 또는 감소세를 보이다가 세종특별자치시 조성으로 인구가 일부 유입되면서 이번 대선에서 0.1% 포인트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호남과 영남의 현격한 유권자 수 격차다. 역대 대선에서 호남은 전체 유권자의 10%에 불과한 반면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를 합친 영남은 전체의 2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호남과 충청을 합쳐도 20%에 그쳐 영남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영남을 텃밭으로 한 보수 정당이 역대 선거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양상이 다르다. 견고했던 영남 텃밭이 흔들리면서 TK와 PK가 분화하고 있다. TK 출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맞서 경남 거제가 고향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PK에서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역대 대선에서 지역 구도가 상수(常數)로 작용해 왔다. 대통령직선제가 다시 도입된 1987년 13대 대선부터 2007년 17대 대선까지 호남 대 영남의 지역 대결구도는 ‘망국적 지역감정’이란 질타가 쏟아질 정도로 견고했다. 그런 가운데 충청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왔다. 15대 대선에서는 호남 출신의 김대중 후보가 영남에 텃밭을 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기기 위해 충청 출신의 김종필 후보와 ‘DJP 연합’에 성공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16대 대선에서도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수도이전 카드로 충청 표심을 파고들어 영남 기반의 이 후보를 이길 수 있었다.

또 하나 변수는 투표율이다. 유권자가 아무리 많은 지역과 세대라도 투표율이 낮으면 실제 대선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선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다른 이유로 투표율이 꼽힌다. 여론조사는 투표 여부와 상관없이 지지 후보를 묻는다. 이번 대선에서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40대와 젊은층인 2030세대의 투표율이 역대 어느 대선보다 중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들의 투표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 여야 후보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2002년과 2007년 투표율을 기준으로 올해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문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박 후보보다 높아야 하고, 투표율도 70%를 넘어야 승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문 후보를 4% 포인트 정도 앞선다고 가정했을 때 2007년 투표율(63.0%)이 나온다면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이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경우 박 후보는 54.1%로 문 후보(45.9%)를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표율이 2002년 수준(70.8%)에 이르러도 연령대별 유권자 수와 세대별 투표율을 감안할 때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를 4∼5% 앞선다고 가정했을 때 투표율이 2002년 대선 수준을 기록하면 문 후보가 1% 포인트 차이로 승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투표율이 2007년 대선 때처럼 저조하면 박 후보가 문 후보를 1% 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따라서 문 후보는 2030세대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막판까지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9일 “유권자 수를 감안하면 이번 대선에서 마지막 순간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투표율이 될 것”이라며 “18대 대통령은 정책도, 이미지도 아닌 투표율이 당선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