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석학이 본 새로운 G2] 류장융 칭화대 교수 “中-美 해상주도권 충돌 가능성 낮아”

입력 2012-12-09 17:25


“최소한 예견할 수 있는 미래에 해상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중국 칭화(淸華)대 당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인 류장융(劉江永·59) 교수는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체제 아래서도 외교정책에 있어서 연속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중·미 양국은 경제 분야 등에서 상호의존도가 높아 ‘신형대국관계’를 통해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 중·미 관계는 과거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 관계와는 크게 다르다”면서 “그때는 양국이 군사적으로 대립하면서 상호 간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평화와 안정유지 및 비핵화 두 가지가 기본”이라면서 “여기에다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평화통일을 원하면 중국도 이를 지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칭화대 내 명재(明齋)에서 이뤄졌다

-시진핑 총서기를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시진핑 체제에서 강경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류 교수는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가.

“시진핑 체제는 외교정책에 있어서 연속성과 지속성을 보일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뒷받침된다. 첫째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체제의 4세대 지도부에서 시진핑은 중요한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수많은 국내외 정책을 집행하는 데 참가했다. 둘째 중국의 외교정책과 그 기본방침은 신중국 출범 이래 강한 연속성을 보여 왔다.

중국은 이에 따라 대국 간 관계를 개선하고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인접국들과의 관계를 공고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본다.

시진핑 체제가 강경 외교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은 그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중국은 국제 분쟁의 평화로운 담판을 통한 해결을 주장해 왔고 패권주의에 반대해 왔다.”

-올 들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 중국은 일본을 무력시위와 일본상품 불매운동으로 거세게 몰아붙였다. 중국의 경제력, 군사력이 뒷받침된 데다 중국 국민의 강한 민족주의적 경향도 한몫을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새 지도부의 강경 외교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보기에 중국의 대외적인 입장이나 태도는 상당히 자제하는 편이다.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고유 영토라는 역사적 근거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일본과 입장이 달라 문제 해결이 어려우므로 그 상태로 두자고 정치적 묵계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 국유화라는 잘못된 조치를 취함에 따라 중국은 과거의 대응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시진핑이 아니라 후진타오, 장쩌민(江澤民), 덩샤오핑(鄧小平) 누구라도 똑같이 대응했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 간 경쟁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회귀’ 전략을 외치고 있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을 둘러싼 양국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없는가.

“양국이 예견할 수 있는 미래에 해상권을 놓고 충돌한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두 나라는 상호 간에 존재하는 각종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의 대국(大局)을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둘째 양국은 아·태 지역에서 핵 확산과 테러리즘 반대라는 공통 목표를 갖고 있다. 셋째 중·미 관계는 과거 미국과 소련 관계와는 다르다. 미·소 관계는 중·미처럼 상호의존적이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중국과 그 인접국들과의 갈등을 이용하거나 상호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아·태 지역 국가들에 무기를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양국 관계가 훼손되겠지만 직접적인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5세대 지도부에서 중국의 외교전략이 새롭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여전히 대두되고 있다. 특히 중·미 양국이 ‘신형대국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국가들은 중국의 굴기를 보면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가 되지 않을까,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다. 제국주의 식민지시대에는 새로 일어선 대국이 앞선 대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대국이 전쟁이 아니라 평화적 방식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글로벌 경제체제 아래에 있지 않나.

신형대국관계는 다음 네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다. 즉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사회제도의 차이를 뛰어넘어 상호 존중하며, 공동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동시에 국제사회라는 대국적 견지를 발전의 출발점으로 삼는 관계다.”

-그렇다면 중·미 관계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은 뭐라고 보는가.

“중국과 미국 간 수많은 갈등의 원천은 미국의 국가발전 모델이다. 미국이 ‘군산(軍産)복합체’라는 점이다. 이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이러한 국가발전 모델은 2차대전 이후 형성됐다.

미국의 경제 및 과학기술 발전은 군사 분야에 의존한 것이었다. 이러한 국가 시스템은 국제사회에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 이 경우 국제사회는 혼란스럽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중·미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것은 중국과 대만 사이가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양안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게 되고 중·미 간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총선 정국에 들어가 있다. 우익 정당이 집권하게 되면 한국·일본·중국 3국 간 관계는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자민당이 집권당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극우적인 공약을 내세워 지지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이 경우 단기적으로 일본과 중국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이 아직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 이내에 군사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미국의 동맹국이긴 하지만 일본의 위협을 의식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우선 위안부의 존재를 부인해 한국의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20년이 지났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남북한 간 자주적 통일 지지’라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세 가지 모두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 우선 평화와 안정을 중시하는 것이다. 결국 남북한이 먼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류장융 교수는

류장융 교수는 대국(大國) 관계, 중국의 국제전략, 국가안전이론, 국제 정치 및 경제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이 분야 관련 저서는 30여권, 논문은 400여편에 달한다.

2003년부터 칭화대 교수를 지내고 있다. 지금은 칭화대 당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 중국국제관계학회 상무이사, 중국외교학회 이사 등을 담당하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칭화-환구 대화’와 ‘칭화-환구 논단’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베이징외국어대(일본어 전공)를 졸업한 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에서 석사,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1987년 일본 와세다대학 박사 과정에 입학했으나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을 맡기 위해 중도에 귀국했다. 하버드대, 호주 국립대 등에서 방문 학자를 지냈다.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중국 내 학자들 중 일본 문제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로 꼽힌다. 이에 따라 중일우호 21세기위원회 중국 측 위원으로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