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리더십 탐구] 문재인, 지위고하 막론 경청·배려… 정치적 흡인력은 부족
입력 2012-12-09 17:22
차기 대통령은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 선장이다. 18대 대선이 유례없이 ‘깜깜이 선거’로 진행된 탓에 유권자들은 그 선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통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文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리더십은 ‘경청’에서 나온다고 참모들은 말한다.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누군가 말을 걸면 그 얘기가 끝날 때까지 주의 깊게 듣는다고 한다. 한 측근은 또 “문 후보는 사심이 없다”고 했다. 권력을 독점하는 ‘제왕적 대통령’과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편견을 배제한 채 판단을 내린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주변의 이런 평가는 문 후보가 리더십에 관해 평소 강조했던 것과 맥이 통한다.
◇경청의 리더십=참여정부 시절부터 함께해 온 한 참모는 문 후보를 ‘끝없이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해하기 쉬운 비교를 들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혼자서 1시간 이상 말할 수 있다면 문 후보는 1시간 이상 가만히 들어줄 수 있다.” 청와대 시절 민원인이 무턱대고 찾아오면 통상 10분 정도 듣고 돌려보내곤 하는데 문 후보는 그의 분이 풀릴 때까지 들어줬다고 한다.
이런저런 의견을 다 듣는다면 우유부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참모는 “선택의 순간에는 머뭇거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예를 들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상대 후보들이 결선투표제 도입을 요구하자 대다수 참모들이 반대했다. 그도 “결선투표제를 했던 전례가 없다”며 말렸지만 문 후보는 “유불리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고 결정 했다고 한다.
민주당 선대위에서 문 후보를 자주 접하는 우상호 공보단장도 “회의에서 민감한 쟁점이 있을 때 A와 B의 의견을 경청한 뒤 과단성 있게 결정을 내린다”며 “A쪽 의견을 수용해도 B쪽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에 뒷말도 나오지 않는다. 참모 입장에서는 모시기 편한 리더”라고 했다.
◇워커홀릭=다른 측근은 문 후보가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청와대 온라인 업무관리 시스템 ‘이지원’에 올라온 문서를 꼼꼼히 챙겨보기로 유명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웹사이트에 문서를 읽은 시각이 표시되는데 새벽 1∼2시까지 접속해 있던 날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굉장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렴함과 도덕성도 문 후보의 리더십 덕목으로 자주 거론된다. 그를 오래 지켜본 한 인사는 “리더가 왜곡된 결정을 하게 되는 원인은 사심과 편견일 때가 많다”며 “문 후보는 상대적으로 사심이 없는 사람 같다. 그만큼 정책적 판단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친노(親盧·친노무현) ‘인(人)의 장막’ 얘기를 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선대위를 처음 꾸릴 때 문 후보와 가까운 사람은커녕 경선캠프 인사들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인의 말보다 전문가 의견을 더 신뢰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친노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정치적 흡인력은 ‘글쎄’=문 후보는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이다. 연설할 때도 격정적이기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다.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흰머리 그대로, 늘 입던 옷으로 다닌다. 정책도 포장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진정성은 있는데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인에게 중요한 정무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리더보다 참모에 적합하다”는 평가는 문 후보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