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리더십 탐구] 박근혜, 원칙과 신뢰 트레이드마크… 폐쇄적 결정, 불통 비판
입력 2012-12-09 17:21
차기 대통령은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 선장이다. 18대 대선이 유례없이 ‘깜깜이 선거’로 진행된 탓에 유권자들은 그 선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통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들고 나온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강하다. ‘철의 여인’이라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에 곧잘 비교된다. 최근엔 ‘탱크로 중무장한 나바론 요새의 여사령관’(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그의 강한 리더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살아온 굴곡진 삶에 ‘원칙과 신뢰’로 버텨온 15년 정치 인생이 결합된 결과다.
◇원칙과 신뢰=‘원칙과 신뢰’는 박 후보의 트레이드마크다. 국민에게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려 한다. 그의 이런 스타일은 기성 정치권에 매우 이질적인 것으로 평가돼 왔다. 2004년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정치권에 ‘공약(空約) 관행’ 대신 ‘공약(公約) 준수’ 인식을 퍼뜨린 것도 그였다. 2010년 세종시 원안 고수를 위해 ‘정치 생명’을 걸고 이명박 정부에 맞선 뒤로 그런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박 후보의 원칙주의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거나 ‘철학의 빈곤을 가리는 포장술’이라고 지적한다.
◇퍼스트레이디에서 선거의 여왕으로=주변에선 국정운영 경험과 정치 경륜을 강조한다. 박 후보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 서거 뒤 청와대에서 6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행하며 국정을 들여다보고 외국 정상 및 대사들과 접촉했다. 이는 분명 장점이지만 이 때문에 보통사람의 일상을 누려보지 못했다는 단점이 생겼다.
은둔의 삶을 끝내고 1998년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한 뒤에는 ‘선거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맞서 121석을 얻으며 당을 구했다. 야당 대표 시절 그는 어떤 선거에서도 지지 않았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커터칼 테러를 당했고 병원에서 “대전은요?” 한마디로 승리를 이끌어 “위기에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선거와 관련한 ‘아픈 경험’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나경원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한 것이다.
◇용인술=한 측근은 “박 후보만큼 ‘적재적소’에 사람 쓸 줄 아는 지도자가 없다”고 했다. 화려한 ‘스펙’이 없는 사람도 잘하는 분야를 맡겨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게 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품성과 능력’을 인사의 우선순위로 꼽는다.
반면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쓰다보니 인재풀이 좁다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참모는 없고 비서만 있다”며 “후보가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하도록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박 후보 주변엔 ‘No’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배신한 이들을 쉽게 용서하지 않는다. 김무성 전 의원을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재기용한 예외적 사례가 있지만 전여옥 전 대변인 등 한번 떠난 이들과는 다시 손을 잡지 않는다.
◇의사결정 불통 논란=박 후보 특유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는 ‘불통’ 논란을 자초했다. 주변 인사들은 박 후보와 1대 1의 수직적 관계를 맺고 있다. 박 후보는 각각 보고서를 받은 뒤 취합해 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집단 논의’ 구조를 거치진 않는다. 선대위 핵심 인사는 “박 후보에게 의견을 전달해도 가타부타 답을 들을 수가 없다. 누구랑 어떻게 결정하는지도 모를 뿐더러 최종 결과는 일이 집행되는 걸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기다리다 끝난다” “템포가 너무 느리다”는 성토가 끊이지 않았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