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여는 새시대] 박근혜·문재인, 오바마·시진핑·아베와 누가 잘 맞을까?
입력 2012-12-09 17:17
한반도와 美·中·日 지도자 교체
올해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두 국가 지도자를 새롭게 선출한 해다. 중국에서 시진핑 체제가 출범했고,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북한에서도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이 제1위원장에 올랐다. 일본에선 오는 16일 선거가 치러진다. 한국은 그 3일 뒤인 19일에 대통령 선거다. 박근혜와 문재인,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한반도를 둘러싼 최고 지도자와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지고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물론 정책과 노선에 따라 관계가 결정되겠지만 외교에서는 때때로 지도자들 간의 개인적인 친밀감과 성향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두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은 뚜렷하게 비교된다. 살아온 과정과 개인적인 기질도 다르다. 국민이 누굴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외관계의 화음이 적잖게 바뀔 수 있다. 한국인이 선택할 새로운 대통령 중 누가 미국과 중국, 일본의 새로운 지도자와 잘 맞을까. 박근혜와 문재인 두 후보와 미·중·일 최고지도자들의 대외정책 노선과 개인적인 면모를 미리 비교해 보았다.
◇미국 오바마와 朴·文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대외정책 중심축을 대서양(유럽)에서 태평양(아시아)으로 옮기는 대전환을 시작했다. 중국을 둘러싸고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를 포섭하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한국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백악관 보좌관으로 한반도 정책을 담당했던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기존 한·미 관계의 틀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바마는 집권 1기 4년 동안 북한과 관계가 소원했다. 양측이 모처럼 주고받기 식 협상타결을 했지만 지난 4월 김정은 체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6자회담마저 중단 상태다. 김정은은 이것도 모자라 또 같은 장소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권 2기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북한 지도부를 향해 미얀마의 길을 따르라고 촉구한 것이 전부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양곤대학 연설에서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를 내려놓고 평화와 진전의 길을 선택한다면 미국으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는 오바마의 재선 소식에 “미국에서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듯이 한국에서도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면 좋겠다”며 자신을 오바마와 함께 변화를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묶고 싶어 했다. 하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경우 한반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에서도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기는커녕 분위기가 더 냉각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이 현상 유지 수준으로 공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구축한 안정적인 두 나라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한국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찾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문재인은 오바마와 공통점이 많다. 수도가 아닌 지방의 대도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약자의 인권을 지키는 활동을 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는 오바마 재선 축전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동북아의 번영을 위해 긴밀한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에 본격화될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과 주한미군 주둔비용 협상에선 참여정부 시절의 경험에 비춰 난항이 예상된다. 한·미 양국의 외교군사 동맹이 미국의 군사이익을 놓고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삼과 빌 클린턴, 김대중·노무현과 조지 W 부시, 이명박과 오바마.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진보적인 정권과 보수적인 정권이 서로 엇갈려 집권하면서 대북관계와 통상 문제, 아시아 전략 등에서 조금씩 엇박자를 내왔다. 2013년에는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중국 시진핑과 朴·文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후진타오 시대에나 시진핑 시대에나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차기 주석 시진핑은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대기업의 활약상에 관심이 많고 북한에 대해서도 부친 때부터 이어져온 인연으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달에도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는 북한에 더 가까운 모습이지만 실질적으로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는 한국과 더 가까운 묘한 등거리 외교를 하고 있다.
시진핑은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아버지 시중쉰은 부총리를 지낼 정도로 유력자였다. 중국의 8대 원로 중 한 명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박근혜와 인생 역정에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사람은 2005년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적이 있고 이후 시진핑이 3차례 박근혜를 초청할 정도로 친밀감을 표시했다. 박근혜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문재인은 지난달 안철수와의 단일화 TV토론 때 중국을 ‘우방국’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참여정부 때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하다고 했던 사실도 중국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시진핑과 문재인이 만난다면 이런 정치 노선의 친밀함 때문에 대화가 잘 통할 수 있다. 중국의 차기 정부와 문재인은 6자회담 재개와 대북 포용정책에서도 비슷한 입장이다. 특히 시진핑이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긴밀한 협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아베와 朴·文
일본 총선에서 제1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는 한국과 중국을 향해 강경 보수 일변도의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 어느 정권이 등장하더라도 한·일 관계에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이를 피할 가능성은 있다. 아베의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시절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온건파였다. 그가 총리에 취임한 뒤 부친의 현실주의 노선을 상기한다면 최악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베는 그러나 아직은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동아시아 냉전체제 당시 노선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박근혜와 아베의 인연도 선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가 5·16 군사쿠데타에 성공한 뒤 일본의 원조를 얻기 위해 도쿄를 방문했을 때 담판을 지은 사람이 바로 기시 노부스케였다. 박근혜와 아베 모두 어릴 때부터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치적인 훈련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난다면 의외로 대화가 잘 이뤄질 수 있다. 대북 정책에서는 둘 사이에 공조가 예상되기도 한다.
참여정부는 독도 문제에서 조용한 외교 노선을 대체로 유지했다. 문재인도 이 노선을 따른다면 한·일 간에 정면충돌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이념보다 현실적인 실리를 따지는 문재인의 대외정책이 아베의 이념외교 공세를 부드럽게 피해갈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북한 문제에서는 아베가 한국이나 미국, 중국의 입장과 상관없이 강경하게 나갈 수 있어 우려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