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67) 서울대 명예교수는 9일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으로 규정했다. 이어 불황의 타개책으로 성장을 강조했다. 성장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소비심리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비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부의 재분배로 소비심리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거세다.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고용의 문제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으니 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소비심리가 얼어붙게 된다. 분배를 받아야 할 사람한테 일자리를 주면 해결 되는데, 일자리 줄 생각을 하지 않고 다른 방식을 찾다 보니 분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불황기에 성장이 가능한가.
“틈새는 있는 법이다. 한국경제가 세계 10위권이라는 얘기를 하지만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70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여전히 올라갈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정책이지 않나.
“일자리 구조를 잘 생각해야 한다. 현재 일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3D업종(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다. 섬유·구두공장 등이 외국으로 떠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는 해법으로 고부가·고기술 산업 투자를 내놓는데 이건 틀렸다. 막말로 공장에서 단순 노동하던 인력이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일을 할 수 있나. 갈수록 고부가가치 종사자의 소득이 올라가는데 이들이 돈 쓰길 원하는 곳은 개인서비스다. 이 서비스업종을 늘리면 일자리 잃은 사람들이 일할 곳이 생기게 된다.”
-개인서비스 업종은 지나치게 저임금이라는 단점이 있다.
“전문화로 해결하면 된다. 옛날 방식으로 개인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라 전문회사에서 고급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현재 고소득자는 전문 개인서비스업을 원하고 있는데 사지 못하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그런 일을 하고 싶은데 못하는 상황이다. 즉 ‘유효수효’가 없다는 것이다. 이래서 임금이 낮다. 투자를 해서 길만 잘 뚫으면 상황은 좋아진다.”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창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경제민주화 논의도 끊이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잘못된 해법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이다. 경제민주화는 경영권을 해체시키는 것이 주요 목적인데 이렇게 되면 기업 총수들은 돈을 경영권 방어에 쓰게 되고 결국 고용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또 수출시장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거기에 매달려 고민을 해야 하는데 국내 경영권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하니 도움이 될 수가 없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침해해 성장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징벌적 배상제 도입으로 막아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것은 그게 가져다 줄 수 있는 수익보다 훨씬 많이 배상을 하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또 골목상권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대기업이 이쪽에 진출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상권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투자하는 것이 맞는 방식이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저성장시대, 한국경제 길을 묻다] 성장으로 일자리 창출 소비심리 진작시켜야
입력 2012-12-09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