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문제 전문가인 평택대 손병돈(45·사진) 교수는 9일 “노인빈곤의 심각성을 이해하려면 자살률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7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0배가 넘는다.
-자살률과 노인빈곤의 연관성은.
“가난하다고 다 자살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살률과 빈곤율의 인과에 대해 유추는 해볼 수 있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중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보다 5∼6배나 높다. 한국 사회가 경쟁적이라고 하지만 경쟁이라는 게 노인층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겠나. 한국의 노인들만 특별히 더 외롭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결국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는 먹고살기 어렵다는 것 아니겠나. 세 끼 밥 먹기 어렵고, 말벗 해주는 사람도 없고. 그러면 왜 살아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한국의 노인들만 유독 빈곤한가.
“노인들은 일도 안 하고 연금도 없다. 뭘 먹고사나. 결국 가족들이 부양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줄고 있지 않나. 어느 나라나 노인층은 그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집단이다. 캐나다 같은 나라는 예외적인 경우다. 기초연금제도 덕에 전체 빈곤율(12%)보다 노인 빈곤율(5.9%)이 절반 이하로 낮다.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 일하지 않는 노인의 빈곤은 연금과 사회복지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돼 2008년에야 20년 가입자를 배출했다. 기초노령연금은 액수가 작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부양의무제 때문에 노인층의 상당수를 보호하지 못한다. 그런 제도의 구멍들 속에 우리나라 노인들이 빠져있는 것이다.”
-상당수 노인들이 부양하지 않는 자녀가 부양의무자로 등록돼 있어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기초생활수급자는 약 1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에 못 미친다. 반면 빈곤율은 14.6%, 기준을 낮게 잡아도 8% 정도이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게 부양의무제이고 탈락한 이들의 다수는 노인들이다. 그들을 구제하는 데 5조원이 든다고 한다. 당장 재정부담이 크면 노인, 장애인 등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에 한해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수 있을 거다. 혹은 생계·의료·주거급여를 패키지로 주는 대신 한두 가지 급여만 주는 부분급여 형태로 바꾸는 방법도 있다. 그래도 돈은 더 든다. 결국은 노인빈곤을 해결하겠다는 정치적 의지의 문제 아니겠나.”
-앞으로 국민연금이 성숙하면 상황은 개선되는 건가.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중 500만명 안팎이 납부 예외자이다. 빈곤해서 연금을 적립하지 못하는 이들은 결국 가난한 노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일할 수 있을 때 국가가 보조를 해서 노후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국가의 부담을 더는 길이다.”
이영미 기자
[노후난민시대] 빈곤문제 전문가 손병돈 교수 “기초연금 탄탄한 캐나다 노인 빈곤율, 평균의 절반”
입력 2012-12-09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