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영숙 (8) 100일 서원기도로 비전·대학의 꿈 다시 얻어

입력 2012-12-09 16:34


과외 선생님이 전도를 하는데 학생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적어도 “하나님이 누군데요” “교회는 어떤 곳인데요” “선생님은 왜 예수님을 믿어요” 등의 질문을 쏟아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복음에 대해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가 뭘까. 대학에 가지 않은 과외 선생님이 그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떠올려봤다. ‘하나님은 왜 나를 과외 선생님으로 만드셨을까’라는 그분의 목적과 계획이 궁금했다. 또다시 나의 ‘추구’는 시작됐다. 전에는 하나님을 향한 존재와 구원에 대한 추구였다면 이번에는 인생의 비전, 사명을 찾기 위한 추구였다. 대학에서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이룰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 공부하고 싶어졌다.

100일기도를 서원했다. 과외를 마친 뒤 밤 10시 동네에 있는 작은 개척교회를 찾아가 매일 무릎을 꿇었다. 100일 동안 나를 지으신 하나님 아버지께 내 인생을 향한 계획들을 세세히 여쭤봤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기도했다. 집안은 기울어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전공을 찾는 기도를 한다고 하면 어머니와 오빠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러나 예수님은 나에게 뭐라고 말씀하실지 꼭 알고 싶었다. 드디어 100일째 되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며 하나님께 간구했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실망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 평상시처럼 말씀 한 구절을 읽었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 22:6)

내 눈앞에 커다란 글씨가 튀어나와 또렷이 보였다. ‘가르치라’. 이런 말씀이 성경에 있었던가. 그날 밤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나에게 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짚어주셨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것은 교육의 길이었다.

잠언 말씀을 사명으로 받은 나는 과연 아이라는 대상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온갖 책과 주석들을 찾아보며 나름 정리했다. 아이는 젖먹이 어린 아이 혹은 유아기, 그리고 13세 이전의 사람, 결혼 전의 모든 대상, 나아가 하나님 앞에서의 모든 사람을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가르칠 것인가. 가장 어린 대상의 ‘유아기 교육’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구체적으로 행할 길을 찾아나서야 했다. 대학 등록금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 당시 극도로 가난해진 집안에 등록금을 요청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과외를 하면서 혼자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스스로 등록금을 해결하기 위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유아교육학과가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을 정도로 생소했던 나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보육학과로 유명한 숭의여대를 찾을 수 있었다. 대학에 원서를 냈고 소원대로 장학금을 받음으로써 교육을 향한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이처럼 하나님은 나에게 지혜를 주셨다. 지식과 지혜를 구별하는 힘도 키워주셨다. 이전의 삶은 학교에서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를 했다면, 비전과 사명을 찾는 기도를 통해 어떻게 나의 전공 지식이 다른 사람에게 유익이 될 수 있는지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좋은나무성품학교의 12가지 성품 중 ‘지혜’를 정의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지혜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도록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