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은 희생과 헌신이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고귀한 사랑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음의 핵심이 되어 이어져 오고 있다. 더 잘 살 수 있고 더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음에도 복음과 이웃을 위해 자신을 드리는 삶이야 말로 진정한 십자가 사랑이 아닐 수 없다. 경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 오지를 33년간 누비며 선교사들을 실어 나른 한 항공선교사의 삶이 ‘십자가 사랑과 헌신’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선교사들이 있다. 아프리카 오지를 비행하는 항공 선교사이다.
데니스 뒤뷔(Dennis Dyvig·64)는 지난 33년 동안 아프리카 전역에 선교사와 선교 물자를 실어 날랐다. 기자는 지난달 21일 케냐 북부 코어의 기아대책 사역지와 수도 나이로비로 향하는 12인승 경비행기 조수석에서 그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1948년 미국 아이오와 주 험볼트에서 태어난 그는 처음엔 농사를 지었다. 교회를 다녔지만 20대 초반까지 신앙심이 깊지 않았다고 한다. 1970년쯤 가깝게 지내는 두 사람이 그에게 찾아와 “예수님을 진정으로 영접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한창 공부할 때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
“예수님에 대해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구원받을까?”
데니스는 답했다.
“예수님을 전해 듣고 믿는 것 말고는 구원의 방법이 없다.”
이때 데니스에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가 예수 외에 구원의 방법이 없다는 걸 믿는다면 하나님을 모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서 말씀을 전해라.”
데니스는 순간 어떤 ‘거룩한’ 부담감에 휩싸였다. 데니스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하나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예수님을 전하는 선교사가 되겠습니다.” 1973년이었다. 뭘 해야 할지 응답받기 위해 2주 동안 기도했다. 그런데 ‘항공’(aviation)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데니스는 당시 항공선교사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선교를 하려고 하는데 왜 자꾸 하나님은 항공을 이야기하실까?”
그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항공 잡지에서 우연히 항공선교(aviation mission)라는 말을 봤다. 그제서야 ‘하나님 계획이 여기 있었구나’라고 알게 됐다. 그때만 해도 그는 농사일을 좋아했고,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항공선교가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확신을 얻고 싶었다.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항공 선교를 하기 원하신다면 저에게 오늘 당장 비행기를 태워주세요.”
무작정 차를 몰고 가까운 공항으로 갔다. 공항 근처에서 승용차를 주차할 때 작은 비행기 한 대가 데니스 앞에 멈췄다. 데니스가 그 비행기 조종사를 알 리 없었다. 그런데 그 조종사가 데니스에게 말했다.
“비행기에 타봐. 같이 날아보자.”(Get in. Let’s go fly!)
그는 기도를 한 지 단 10분 만에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데니스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항공학교에 입학했고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민간 항공사에서 일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지만 그는 항공선교사가 돼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켰다. 교회에서 만난 아내 수잔(60)과 결혼했다. 간호사인 수잔도 선교사가 되길 원했다. 1979년 아프리카로 왔다.
데니스와 수잔은 종교와 생활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탈출하는 수단 어린이와 청년들을 돕고 있다. 매주 주일이면 수단 어린이 30명가량이 데니스의 나이로비 집에 모여든다. 함께 찬송을 배우고 성경공부를 한다. 두 사람은 선교에 헌신하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아이를 낳진 않았지만 저희 부부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70명이 넘어요.”
이렇게 그의 집을 거쳐 간 수단 사람들이 그를 부모처럼 따른다. 메리(31)는 2006년 종교 때문에 수단을 탈출한 뒤 데니스 부부의 도움으로 현재 미국에 살고 있다. 데니스는 “이 모든 것은 나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보수를 전혀 받지 않는 아프리카내지선교회(AIM·Africa Inland Mission) 소속 항공 선교사이다. AIM은 1895년 아프리카 내륙에 사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선교단체이다.
AIM 항공 이용자들은 선교지를 오가는 선교사들이다. 선교사들은 AIM에 실비 수준의 이용료만 낸다. 항공선교사들은 교회나 개인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생활한다. 데니스는 1979년부터 지금까지 약 1만 시간가량 아프리카 곳곳을 비행했다. 지금도 매주 2∼3차례 코어와 같은 오지를 비행한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힘들지 않다. 나는 내 일을 좋아하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했다. 데니스는 30년 넘는 사역 동안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제일 큰 어려움은 무슬림도, 정부도 아니고 일부 다른 선교사들”이라고 했다. 대부분 선교사는 훌륭하지만 그중 소수와는 갈등을 겪기도 했다는 고백이다.
데니스는 지난 33년 동안 단 한번의 항공 사고도 겪지 않았다. 무사고 모범 조종사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하자 그는 웃으면서 오른쪽 검지로 맑은 하늘을 가리켰다. “하나님 덕분에(Thanks to God)”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삶과 사역에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데, 하나님이 늘 즐거움과 기쁨을 주셨어요.”
내년 7월이면 그는 정년 65세를 맞아 은빛 날개를 접는다. 그러나 그의 선교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은퇴 후 나이로비에 있는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아내와 함께 전도하며 선교를 할 거예요.”
자신의 비행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 데니스는 기자에게 다시 마지막 말을 남겼다.
“비행은 끝나지만 선교는 끝나지 않습니다.(Next year, the Aviation is done but the Mission is not done).”
그는 평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하늘을 나는 하늘의 선교사였다.
나이로비(케냐)=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십자가로 돌아가자] 항공 선교사 데니스 뒤뷔 “33년의 아프리카 오지 비행… 내겐 거룩한 소명”
입력 2012-12-09 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