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십자가·부활 사건은 기독교 신학의 핵심이자 복음의 본질이다. 십자가는 죄의 옛 사람을 격침시키고 의의 사람을 짓는다(롬 6:6∼14). 삶 속에 그리스도가 살아나게 하며(갈 2:20) 통회 자복으로 회개의 열매를 가져온다(히 4:12∼13).
교회의 위기는 이런 십자가 정신을 잊어버린 데 있다. 산소탱크 없는 병원이 연탄가스 중독 환자를 살릴 수 없는 것처럼 십자가 없는 기독교는 죄인을 살릴 수 없다. 교회의 사명은 십자가 정신을 되찾아 고난을 겪는 이웃들과 성도의 아픔을 보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자유와 구원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조성돈 실천신학대 교수는 “종교시장에서 종교인구는 줄어들지 않는 반면 종교별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면서 “현재처럼 1970∼80년대 산업화시대에 맞는 정신적 가치만 주다가는 사람들에게 메리트를 줄 수 없다. 결국 종교를 통해 내면을 바라보는 영성과 힐링, 즉 예배와 십자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을 지낸 박종순 서울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십자가는 결국 자기희생이자 자기죽음으로, 예수님처럼 내가 죽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한국교회가 십자가 정신, 자기반성과 고백, 성찰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법이나 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예수님은 아무런 죄도 짓지 않으셨지만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대속의 구원과 희망이 생겨났고 사람들이 주님을 따르게 됐다”면서 “그렇다고 내가 죽는 게 모든 비판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선의의 비판과 지적은 수용하되 병균과 같은 악의적 공격은 적극 방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교회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만이 인간을 새로운 해방의 사건으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민경배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국교회는 이미 세계적 교회로 부상했으며 세계교회를 이끌고 나갈 역사적 사명을 걸머지고 있다”면서 “글로벌시대 질서와 그 생태를 십자가 신앙, 성경의 빛에 비추어 해석하고 여러 문제에 대한 기독교의 대응과 도전, 지도와 선도의 사명을 다하는 일을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십자가로 돌아가자] 왜 다시 ‘십자가 신앙’인가
입력 2012-12-09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