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로 돌아가자] “교만 내려놓고 경건한 파수꾼 역할 되찾아야”

입력 2012-12-09 16:04

대내외 거센 도전 받는 2012 한국교회 현주소

한국교회는 지난 120여년간 십자가 신앙 아래 역사적 사명을 잘 감당해 왔으며 세계교회 역사상 유례없는 부흥을 경험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십자가 아래 죄의 본질적 문제를 직면하고 십자가 부활을 믿어야 구원을 얻는다’는 십자가 정신(고전 15:1∼4)을 잃어가면서 내외적으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교회의 현주소와 분별력 있는 십자가 신앙의 중요성을 찾아본다.

◇2012년 한국교회 현주소는=한국교회는 1884년 개신교가 전래된 이래 희생적이고 열정적인 기도와 선교로 5만개 교회, 선교 2위 대국으로 급성장했다.

실제로 한국교회는 ‘건전한 토착화의 원리 위에 세워져 연속적인 부흥의 축복을 받고 핍박으로 정제되었으며 지금은 선교 비전에서 세계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교회’(WEC가 발행한 ‘세계기도정보’)가 됐다. 세계 10대 대형교회 중 6개가 한국교회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신학교가 한국에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십자가 정신이 퇴색되면서 ‘위기’라는 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과 이명박 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종교 편향의 논리를 내세운 타종교의 공격, 이단세력의 교묘한 도전, 온·오프라인에서의 기독교 안티세력이 거세게 일어났다.

설상가상으로 십자가로 인한 속죄 대신 자기계발, 심리학, 처세술을 가르치는 교회가 늘고 세속화에 물든 일부 교회의 재정비리, 목회자 윤리문제 등이 연이어 터졌다.

또 교계 지도자들이 교권에 함몰되면서 돈선거의 전모가 드러났고 분열을 거듭했다. 정치투쟁의 결과 총회나 노회가 교회의 발목을 잡는 현상도 발생했다. 자연스레 투명성 합리성 공정성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교회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한’(롬 1:28) 결과 교회의 불협화음이 터져나왔다. 인터넷과 SNS로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반사회적 부정적 집단’이라는 프레임이 점차 강화되는 상황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세습방지법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목회자 윤리선언’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타개하고자 나온 것이다.

정재영 실천신대 종교사회학 교수는 “한국사회 내 교회는 약자가 아니라 강자로 비치고 있으며, 교회의 성향이 외향적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부딪히는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폭로되는 문제 앞에 하나로 통일된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나서서 자성의 제스처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밀한 전략 지닌 기독교 안티세력=사실 기독교 2000년 역사에서 교회와 십자가를 혐오하는 일은 늘 있어 왔다. 니체는 십자가를 유약한 자기비하라며 냉소적으로 폄하했으며, ‘반기독교인’이라는 책에선 종교적 증오심을 거침없이 표출했다.

옥스퍼드대의 철학자 알프레드 아이어는 그리스도의 죽음에 나타난 대속의 교리가 비웃음 받을 만한 야만적 교훈이라고 배격했다. 고대 로마인도 십자가는 도망간 노예나 로마 정부에 항거한 반역자들에게 주어진 형벌로서 가장 치욕스럽고 불명예스러운 일로 치부해 버렸다.

그러나 2012년 한국교회가 직면한 반기독교 세력의 도전은 혐오 수준을 넘어 조직적이고 치밀하다. 일례로 불교에 기반을 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시민단체를 가장해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에 개입해 불법 특혜 시비로 몰고, 공직자의 종교차별 논리를 펼쳤다. 대광고 소송과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에 뛰어들어 미션스쿨의 신앙교육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무신론에 기반한 기독교 안티세력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기독교 박멸’을 외치고 있으며,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같은 이단 세력은 반기독교 여론을 부추기며 종자연 등과 연대하기도 했다.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교회가 어느 때보다 비난받고 있는데 내부의 잘못도 있지만 교회 밖에서 무신론에 기반한 조직적 반대운동도 진행된다는 것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목사는 “세계교회사는 십자가와 성경으로 돌아가면 언제든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데, 그렇다고 무슨 공격이든지 인내하라는 뜻은 아니며 잘못된 오해는 적극 해명하고 이단의 공격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이런 냉엄한 현실에서 우려스러운 현상은 교회개혁, 교회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교회 내 불협화음을 폭로하며 거룩한 신정주의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인본주의적 사조(思潮)가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 선교를 펼친 한국교회가 각성해야 한다’면서 버릇처럼 ‘회개’와 ‘갱신’을 외치는 행위나 종교다원주의자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타 종교의 이상과 현실교회를 비교하며 교회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행위는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고전 13:1)에 불과하다. 교회에 대한 사랑, 애정 없이 자기 의만 표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인본주의적 사조의 문제는 교회를 위한 하나님의 생각보다 자신이 선악의 지식을 먼저 추구하고 선악 판단의 주체가 되기 때문”이라면서 “자신의 생각이 하나님의 생각보다 더 옳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선악 판단의 주체가 되다 보니 원망·불평하게 되고 결국 교만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선악 판단을 내리기보다 부당한 외적 도전을 막아내고 ‘어찌할꼬’하는 애통함으로 내실을 추구하는 것이 진짜 교회를 위하는 길”이라며 “교회에서 선악 판단을 앞세워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은 십자가의 길, 믿음의 길과 거리가 멀다”고 단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