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목회자 윤리강령 제정 참여 손인웅·전병금 목사에 듣는다

입력 2012-12-09 15:52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가 지난달 29일 목회자 윤리강령을 발표했다. 목회자들이 스스로 겸비한 마음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의무가 교계에 선포된 것이다. 윤리강령 발표는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근저에는 목회자의 윤리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목회자 윤리강령 제정에 직접 참여한 손인웅 목사와 전병금 목사를 초청, 윤리강령 제정 배경과 적용 그리고 한국교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이승한 종교국장>

-한목협이 목회자 윤리강령을 발표했습니다. 교단이 아닌 단체에서 목회자 윤리강령을 제정해 발표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리강령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손인웅 목사=한목협은 1998년 설립 이후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그리고 사회를 향한 섬김을 위하여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물질 권력 성적 윤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개탄하며 올해 1월 ‘목회자여, 영적 성찰을 통해 교회의 영광을 회복하라’는 주제로 제21차 열린대화마당을 열고 목회자의 윤리도덕성 회복에 대하여 눈물로 가슴 찢으며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기도와 함께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공감한 한목협 소속 15개 교단 총무들이 모여 각 교단으로부터 모범이 되는 목회자들과 주요 기관의 위원들을 추천받게 되었고,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를 출범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윤리강령을 만들었고 지난달 29일 발표한 것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영성 회복과 함께 도덕성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됐습니다. 문제는 윤리강령을 어떻게 적용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인데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전병금 목사=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한국에 와서 복음을 전파하며 시작된 이 땅의 복음의 역사가 이제 120여년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한국교회는 문화적 성숙도와 신앙생활의 성숙도, 목회자들의 윤리적 측면에서 볼 때에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새로운 윤리적 각성을 통한 기독교 문화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됩니다. 윤리강령을 만든 위원들이 존경을 받고 모범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누구도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며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윤리강령은 법적 강제성이 없습니다. 윤리위원회에서 죄를 지은 목회자를 정죄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신앙의 선배, 목회의 선배로서 잘못된 길을 가는 목회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돕고자 합니다. 자신의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바른길을 제시해 주려고 합니다. 각 교단이나 교회 목회자들에게 명령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목회자 모두 함께 지켜나갈 것을 권면하고 교육하며 선도해 나가려고 합니다.

-윤리강령을 교계 전체로 확신시켜 나가기 위해 각 교단들이 이 강령에 동참해야 하는데 방법이 있습니까.

△손 목사=한국교회의 크고 작은 교단들에도 교단별로 윤리강령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윤리강령을 지켜야 하는 것을 알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각 교단이 이 강령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강령은 도덕적 규범으로 한국교회에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교회 모든 목회자가 따라야 한국교회가 살 수 있고 목회자도 참된 목회자가 될 것입니다. 목회자들의 바른 모습이 무엇인지를 늘 기도하고 고민하며 각 교단에 속한 목회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권면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인 규범을 만들면 분명히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만약 목회자들이 이 강령을 지키지 않을 경우 사문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정 부분 강제할 수 있는 장치나 권한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전 목사=윤리강령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도덕적 책임이 따를 것입니다. 비록 윤리강령에 법적 강제력이 없을지라도 목회자의 책임 윤리적 차원에서 볼 때 윤리강령을 지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따라서 목회자 윤리강령을 선포하고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리처드 니버가 그의 책 ‘책임적 자아(The Responsible Self)’에서 주장한 것처럼 기독교인은 하나님 앞에서 응답하는 책임적인 존재(Man-the-Answer)이며 먼저 목회자가 최선을 다해 책임적인 존재로서 하나님 앞에 올바로 서서 교회를 섬길 때 한국교회의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윤리 문제가 있는 목회자들에게 위원들이 함께 권면할 것이고 마지막에는 한국교회와 사회에 공개해서라도 한국교회를 정화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근 교회 세습이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교회 세습 반대운동이 마치 정의처럼 한국교회를 휩쓸고 있습니다.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지 못하도록 교단법을 제정한 감리교에서 사실 담임목사 대물림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최근의 움직임이 너무 포퓰리즘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요.

△전 목사=목회자가 어려운 목회자의 길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사유물이 아닙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에 공공의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교회를 하나님께서 세우신 공적인 것으로 이해하지 않고 사유물처럼 생각해 교회의 공적인 가치를 소홀히 취급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소위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단순히 포퓰리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부터라도 목회자들이 교회 내에서부터 공공성을 회복하고 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라인홀드 니버가 ‘빛의 자녀들과 어둠의 자녀들’에서 주장한 대로 인간이 정의를 행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민주주의가 가능하지만 부정의를 행할 수 있는 죄성 때문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회의 정치와 행정이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할 이유는 바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다종교 사회, 다문화 사회, 세속화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국교회는 복잡한 사회구조처럼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손 목사=목회자에게 가슴 찢는 회개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무서워하면서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목회자들이 문제입니다. 혹자는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에서 주장하는 윤리선언문이 법적 강제성이나 구속력이 없기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부도덕한 목회자들을 법적으로 구속할 만한 힘은 없습니다. 단지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목회자인 자신을 객관적으로 내다볼 수 있도록 돕고자 함에 있습니다. 사람은 무서워하면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목회자의 기본 자격에 어긋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참된 회개가 없다면 윤리위원회에서 크게 다루었던 교회 세습 문제, 목회자의 세금 문제도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령의 역사하심 속에서 교회 성장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봅니다. 건강한 교회, 성숙한 교회로 나아갈 근본적인 처방은 없는지요.

△손 목사=제가 목회를 할 때와 지금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목회자 후보생들이 목회하게 될 때의 상황과 현실은 분명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쌍둥이들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의 믿음의 방식 또한 많이 변했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방법론은 변해도 본질은 변할 수 없음을 마음에 새기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나갈 때 하나님의 교회는 반드시 승리할 것임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그 뜻을 이루어 가실 것입니다.

△전 목사=건강하고 성숙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먼저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성도들 앞에서 올바로 서야 합니다. 마치 선비처럼 도덕적으로 올바르고 검소하며 청빈한 삶을 살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를 이루기 위해 담대하게 살아가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한국교회에서 이러한 선비적 리더십을 실천하신 분으로는 장공 김재준 목사님을 들 수 있는데 목사님은 아씨시의 성 프란체스코를 동경하면서 늘 검소하며 청빈한 삶을 사셨습니다. 한편으로는 불의에 항거하며 공의로운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바로 지금이 그러한 장공 김재준 목사님의 선비적 리더십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라고 보고요, 목회자들이 장공의 리더십을 본받아 실천하면 더욱 성숙한 한국교회를 이룰 수 있으며 교회의 공신력 또한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