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눔-인체조직 기증] 피부·뼈 80% 수입 의존… 우리가 살려야 할 우리

입력 2012-12-09 16:02

인체조직 기증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

재중동포 오수림(31)씨는 지난 10월 중순 작업장 화재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인천 부평의 한 화상전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얼굴을 비롯해 몸 대부분에 흰 붕대를 칭칭 감고 눈만 내놓은 채 누워 있다. 4년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았던 그는 낯선 타향에서 화마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3개월 전 오씨와 결혼한 아내 김신(30·재중동포)씨는 “1차 피부 이식을 받고 생명의 위기는 일단 넘겼다”면서도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화상 환자의 경우 급하게 피부를 이식해야 감염으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 있다. 즉 화상으로 손상된 피부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사체(死體)피부를 옮겨 심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에 기증된 피부 조직이 많지 않아 대부분 수입산을 써야 하는 점이다. 수입 인체 조직은 국산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비싸다. 다행히 병원 도움으로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와 연결된 오씨는 피부 이식재 약 6000㎠(성인 남자 전신을 덮을 만한 크기·2600만원 상당)를 무상 지원받았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화상 환자의 경우 대개 경제적 부담 등으로 화상을 입지 않은 환자 자신의 신체 일부에서 피부를 떼내 옮겨 심기도 한다. 하지만 오씨의 경우 99%이상 피부가 손상돼 떼낼 피부가 없는 것이다. 아내 김씨는 “어려운 형편에 비싼 수입 피부를 계속 쓸 수도 없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화상환자모임 ‘해바라기’ 회장인 오찬일(49·전남 목포)씨는 “통계에 따르면 연간 2만5000여명의 화상 환자가 발생한다. 그중 3도 이상 환자가 1만명을 넘는다”고 했다. 오씨 역시 2007년 8월 일하던 카센터 화재로 다리·엉덩이·양팔 등에 3도 화상을 입었고, 지금까지 18번의 피부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는 다행히 떼낼 자신의 피부가 남아 있어 비용이 크게 많이 들진 않았다고 했다. 오씨는 그러나 “전신 화상의 경우 수입 피부 이식에 3000만∼5000만원이 든다. 2009년 강원도에서 온 한 할아버지는 수술비때문에 주저하다 결국 돌아가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충남 태안의 한 소녀는 돈을 마련하던 도중 패혈증이 와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장면도 지켜봐야 했다. 오씨는 “화상을 당하면 가족은 붕괴된다고 보면 된다. 화상 환자를 돕는 길은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 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연(49·서울 공릉동)씨는 왼쪽 무릎에 골육종(뼈암)이 생긴 아들(16)에게 뼈 이식수술을 받게 하면서 인체조직 기증의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무릎 관절 사이에 생긴 암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새 뼈를 이식해야 하는데 아이 뼈가 없어 성인 여성의 뼈를 가공해 집어넣은 것. 김씨는 “뼈가 많으면 체형이나 나이에 맞게 골라 쓸 수 있을텐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도 인공뼈 보다는 낫다”고 애써 위로했다. 최근 인체조직 기증 서약을 한 오씨는 “인체조직 기증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아들이 그런 경우를 당하고 보니 기증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털어놨다.

인체 조직은 이처럼 조직 손상을 입어 기능적 장애가 있는 환자의 조직을 되살리고,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이식된다. 화상 환자에게 피부 이식은 감염을 막아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정형외과에선 종양이나 감염, 외상 등으로 뼈 일부가 손실되거나 제거됐을 때 기증 받은 사체 뼈나 수입 뼈 조직을 끼워 넣는다. 치과에선 임플란트(인공치아)를 하기 전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잇몸뼈가 없으면 먼저 뼛가루를 이식한다. 임플란트 환자의 약 40%가 뼈 이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한 인체조직의 80% 가까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품질 저하는 물론 환자의 경제적 부담 가중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각막의 경우 국내 기증을 활용하면 몇십만원에 불과한 유통비용이 수입할 경우 200만∼300만원 이상 든다. 환자 입장에선 10∼15배의 경제적 부담을 지고도 수입 조직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안전성에 대한 불안도 가시지 않는다. 수입 조직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현지에서 기증 받은 조직을 국내 업체가 들여와 가공해서 병원으로 공급한다. 수출하는 쪽에서는 젊은 사체에서 얻은 질 좋은 조직을 자국민에게 우선 쓰고, 남는 조직을 다른 나라에 팔 수도 있다. 기증자 정보가 확실하지 않으면 조직 이식을 통해 생전에 그 기증자가 앓던 병에 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