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굿피플, 질병의 고통 DR콩고를 품다
와졸라는 엄마 품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17개월 된 딸을 꼭 껴안고 있는 응구아나엘라(43)의 표정은 불안해 보였다.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 2명을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그녀였다. 말라리아 때문이다. 수중에 1000콩고프랑(약 1200원)만 있었어도 독하든 말든 ‘퀴닌’(콩고 말라리아약)이라도 사 먹여 살릴 수 있었건만. 그녀의 열 번째 딸, 와졸라는 사흘 전부터 고열과 복통 증세를 보였다. 말라리아 초기 증세 같았지만 엄마는 약 살 돈이 없다. 당분간 돈이 생길 일도 없다. 그렇게 발만 동동 구르던 모녀 앞에 천사가 나타날 줄이야.
지난달 28일 오전 10시30분. 콩고민주공화국(DR 콩고) 수도 킨샤사 남쪽 23㎞ 떨어진 무상구 마을. 마을 중앙에 위치한 ‘사랑받는자의 교회’(이도항 목사) 앞 공터에 들어서자 2.5t 트럭을 개조해 만든 이동진료 차량 2대가 위용을 드러냈다. 그 앞에는 와졸라 모녀를 포함해 200명이 넘는 환자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은 국제개발 NGO인 굿피플(회장 김창명)이 국내외 NGO 가운데 무상구에서는 처음으로 이동진료를 펼치는 날이다. 굿피플은 향후 3년 동안 무상구 지역을 비롯해 킨수카, 링괄라 마을 등 킨샤사 인근의 의료 사각지역 6곳에서 3주에 한 차례씩 이동 진료 사업을 펼친다. 내과와 치과, 소아과, 산부인과, 디지털 X선 차량 등 검진 시설이 장착된 이동진료 차량 5대가 동원된다. 모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기증한 차량 및 장비들로 현대자동차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제작·지원했다.
김두영 굿피플 아프리카 담당 부회장은 “이동진료 사업으로 무상구 지역에서만 1년 동안 지역주민의 약 3분의 1인 7400명 정도가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DR콩고 지역에서 환자와 사망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말라리아와 장티푸스 등의 질병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어 생명을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킨샤사(콩고)=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DR콩고 이동진료 현장을 가다] “생명·영혼 구원해줄 코리아 천사들이 왔어요”
입력 2012-12-09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