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건국대 의상디자인과 봉사단 ‘터치’

입력 2012-12-09 15:27

“내가 가진 재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그게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일 아닐까요?”

학과 수업이 끝난 3일 저녁 7시. 서울 화양동 건국대 예술문화관 4층 의상학과 실습실에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학생 봉사단 ‘터치(Touch)’ 회원들이다. 현재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터치는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운 기술로 손수 옷을 만들어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재능 기부’를 펼치고 있다.

터치는 지난해 3월,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오던 한 학생이 “수업하고 남은 원단으로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점퍼를 만들어드리자”고 제안하면서 결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동안 겨울 방한용 외투 서른 벌을 만들어 서울 자양동의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직접 선물했다.

올해에는 청각장애인 단체 ‘사랑의 달팽이’가 재활치료를 위해 운영하는 클라리넷 합주단의 단복을 만들고 있다. 합주단에서 활동하는 청각장애 여동생을 둔 터치 회원 윤지현(21·여)씨의 제안에 따라 합주단 장애학생 35명을 위한 단복을 만드는 것이다. 학과 특성상 이론수업에 실습까지 겹쳐 빡빡한 일정이지만 지난 7월부터 매주 3일씩 모이고 있다.

장애학생들이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보니 터치 회원 한 명이 장애학생 한 명을 맡아 단 한 벌의 맞춤복을 디자인했다. 제작에 필요한 원단과 재료는 회원들이 돈을 모아 마련했다. 이들의 취지를 전해 들은 옷 가게 주인들이 원단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거나 아예 무료로 주기도 했다. 터치 회장 장용환(24)씨는 “3∼4학년 선배들이 옷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1∼2학년 후배들을 가르치고, 잘 모르는 부분은 서로 고민하며 해결했다”며 “이런 전통이 대물림되어 오랜 시간 동안 재능 기부 봉사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성이 강한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처음에는 터치 회원들이 만들고 싶은 옷을 합주단에 강요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회원 남기웅(26)씨는 “합주단은 여름용 반소매 옷이 필요한데 우리는 긴소매 위에 입는 조끼를 만들어주려고 했다”며 “여름에도 긴소매 셔츠를 입고 땀을 흘리면서 연주하는 사진을 보고 나서야 ‘받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기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터치는 오는 21일 서울 중곡동 ‘사랑의달팽이’를 찾아 단복과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