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 의한 마을 만들기는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개발계획 등으로 자연 생태계는 물론 사는 터전까지 위협받는 경우 치열한 싸움도 벌어진다.
경기 화성시 송산면은 국내 포도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포도알이 크고 당분이 풍부해 미국까지 수출하는 브랜드 포도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포도문화관을 세우고 주변 포도밭을 활용해 포도길 등을 조성하면서 ‘포도 마을’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2년 전까지는 산을 개발하려는 정부와 주민들 간에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2008년 9월 송산마을 주민자치위원회는 당시 한국수자원공사가 마을 산인 해명산을 갈아엎어 그린시티 건설을 위한 토취장(흙을 퍼가도록 허용한 곳)으로 쓰겠다고 통보하자 거리로 나섰다. 갈등은 수자원공사가 시화호 남측간석지 57.82㎢ 부지에 생태·레저복합도시 건설을 위해 송산면 고포·마산·지화·천등리 일대 5800만㎡에서 도시기반 조성을 위한 흙을 파가겠다고 수용공람공고를 하면서부터였다.
주민 상당수는 1985년 시화호 개발로 일터였던 갯벌을 잃고 어부에서 농부로 업을 바꾼 사람들이었다. 이번엔 포도밭과 농토를 통째로 잃게 될 위기에 처하자 ‘개발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외쳤다. 60∼70대 촌로 100여명은 경기도 화성시청 앞에서 ‘흙을 파 가면 지하수가 고갈돼 포도와 벼농사를 못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송산마을 주민들은 85년 당시 시화호 개발 보상으로 900만원을 받아 포도농사를 시작하며 재기했다. 20년 넘게 마음고생을 하며 만들어낸 것이 미국까지 수출하는 ‘송산포도’ 브랜드였다. 하지만 토취장이 들어서면 주민 생존수단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주민들은 공사차량이 다니지 못하도록 도로를 막는 등 온몸으로 삶의 터전을 지키려 했다. 이 과정에서 이모(45)씨 등 4명이 불법 집회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2010년 8월 법원은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수자원공사는 포도농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송산면 고포리와 천등리를 토취장 대상 지역에서 제외시켰다. 마을주민 이상배(44)씨는 “농부야말로 가장 생태적이고 시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며 “농부들은 생태를 파괴하려는 움직임 앞에서 그 삶을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김모(67)씨도 “만약 토취장이 들어서 흙을 퍼 갔더라면 그 먼지로 비가림이나 온실의 비닐, 포도잎에 먼지가 앉아 고당도 ‘송산포도’의 명성은 그날로 끝날 뻔했다”고 몸서리를 쳤다.
송산면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2011년 1만3000t으로 이는 경기도 화성시 전체에서 생산되는 포도(1만7502t)의 74%를 차지한다.
신상목 기자
[마을공동체가 뜬다] 지역 살리는 공동체… 화성 송산 포도마을을 가다
입력 2012-12-09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