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성미산. 이 산 주변에 사는 동네 아이들 치고 이 산을 가보지 않은 아이는 거의 없다. 어린이집 아이들은 거의 매일 성미산에 올라 나무와 곤충과 꽃을 만지고 보면서 자란다. 어른들은 이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직접 유기농 협동조합을 조직했고 대안학교까지 만들었다. 시골이 아닌 서울 한가운데 자리 잡은 생활공동체 성미산 마을. 성산동 주민들은 진짜 사람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이 뜨고 있다. 세계화로 인한 사회 경제 환경 에너지 등의 위기를 인식한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다시 마을로’를 외치고 있다. 주민들은 ‘이웃사촌’으로 서로 의지하던 예전의 마을을 복원하고, 21세기 삶에 맞도록 마을에 새로운 ‘옷’을 입혀 스스로를 풍요롭게 한다. 전문가들은 “마을 만들기의 중심에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각광 받는 생태공동체=자연 속에서 여러 가정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생태공동체가 부각되고 있다. 생태공동체는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환경 문제와 경제위기, 대안교육 등 각종 이슈를 생태적인 삶으로 해결하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생활공동체다. 최근 친환경적 삶을 꿈꾸는 귀농, 귀촌자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땅과 집을 마련하는 것부터 공동으로 투자한다. 주민들은 공동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고 가전제품도 공동으로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1998년 경남 산청군 안솔기 마을을 시작으로 경남 함양군의 지리산 두레마을, 충남 홍성군 문당리 등에 생태공동체가 형성됐다. 서울 성미산 마을처럼 도시에서도 생태마을이 탄생하는가 하면 친환경 유기농법만 고집하는 전북 부안의 변산공동체도 등장하고 있다. 충북 보은의 예수마을 역시 함께 집을 지어 살고 공동으로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영위한다.
◇도시 속 마을 만들기=삭막한 도시 속에서 잃어버린 마을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마을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마을 만들기에 나섰거나 높은 담장을 허물고 이웃끼리 소통하는 마을로 탈바꿈시켰다. 문화가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문화마을을 탄생케 했다.
1998년 대구 삼덕동에 골목 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민운동가의 기획은 담장 허물기를 통해 나타났다. 담장을 허물었더니 좁은 골목이 넓어졌고 넓어진 골목 위엔 동네 박물관과 이색 놀이터가 들어섰다. 골목 위엔 수시로 축제나 이벤트 행사가 열리며 사계절 삶의 향기가 넘친다.
인천 부평구 ‘문화의 거리 만들기’는 대형마트 등에 밀려 고사 직전에 몰린 부평역 앞 재래시장을 부흥시키려는 상인들의 자구책이었다. 상인연합체인 부평시장번영회는 시장 거리를 깨끗하게 정비하는 운동을 자율적으로 시작했고 차도로 돼 있던 도시계획 시설을 주민들이 제안해 차 없는 거리로 만들었다. 주민들은 문화거리 조성을 위해 분수대와 시계탑도 설치해 관할 부평구청에 기부채납했다. 이 과정에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 등 공공기관도 참여해 주민들의 거리 만들기에 협력했다.
국내에서 마을 만들기 활동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주로 선진국의 마을 동향을 접한 교수와 시민운동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러다가 2005년에 들어오면서 정부가 직접 정책의제로 제기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모으게 됐다.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 정책은 2007년부터 구체화됐다. 행정안전부는 2010년부터 전국 25개 지역을 ‘희망마을’로 선정,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선정된 희망마을은 지자체별로 어린이 놀이시설, 쉼터, 공동작업장 설치 등 사업을 펼친다.
김기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물리적 환경은 쉽게 만들고 변화할 수 있지만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일단 유대가 형성되면 지속된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을 만들기는 단순한 도시계획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마을공동체가 뜬다] 더불어 사는 옛 마을 복원 알콩달콩 사는 情 넘치네∼
입력 2012-12-09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