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가 뜬다] 먹거리·에너지 직접 생산… 산청 ‘민들레마을’에 가다

입력 2012-12-09 15:22

일찌감치 추수를 끝내고 한적해야 할 농촌마을은 시끌벅적했다. 지난달 23일 찾은 마을에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장화를 신고 팔을 걷어 붙인 아이들은 볏짚과 낙엽, 음식물 찌꺼기 등을 섞어 만든 퇴비를 옮기고 있었다. 닭장에 들어간 아이도 있었다. 사료를 뿌리자 수십 마리의 닭이 모여들었다. 닭장 위편 대안기술센터 건물에는 외지에서 온 방문객들이 한창 교육을 받고 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 마을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했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 92번지 민들레마을. 이곳엔 대안적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터전을 일구며 살고 있다. 민들레마을은 지난 1991년 마을 대표이자 민들레학교 교장인 김인수(52)씨 부부와 청년들이 가난하고 소박한 삶, 참된 기독교적 신앙을 추구하기 위해 산청군 둔철산 갈전마을로 들어와 집을 짓고 살면서 시작됐다. 현재 이 마을 주민들은 모두 108명. ‘마을 속 마을’로 자리잡으며 농사와 교육,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민들레마을은 중·고등학교 과정 민들레학교와 대안기술센터, 공방, 농장, 베이커리, 게스트하우스 등을 포함한다. 주민들은 2만6400㎡(8000평)의 땅 위에 대안적 삶의 모델을 제시하며 살고 있다.

기독교 공동체이기도 한 민들레마을은 매주 세 번의 정기 모임이 있다. 일요일 예배를 비롯해 월요일 저녁마다 스태프 모임을 갖는다. 마을을 구성하는 기관 책임자들이 모여 운영을 논의하는 자리다. 목요일은 전체 가족 모임으로 친교의 시간을 통해 정체성을 확인한다.

김인수 대표는 “마을 식구들은 직접 노동에 참여하고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을 멋진 삶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지 않고 자립하며 사랑이 중심이 되는 마을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민들레마을은 자립공동체를 지향한다.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에너지 자립도 강조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대비하자는 측면이다. 그 중심에는 대안기술센터가 있다. 태양과 바람, 바이오매스(bio-mass·산림과 농작물, 분뇨 등)와 같은 자연 에너지를 활용해 마을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안기술센터 건물은 친환경적인 ‘패시브 솔라 하우스(passive solar house)’ 형태로 지어졌다. 콘크리트 벽면 사이로 왕겨와 흙을 다져넣었고 넓은 유리가 벽면이나 천장을 대신했다. 정화시스템도 갖춰 미생물을 이용해 오·폐수를 처리했다.

센터장 이동근(44) 소장은 “낮에 태양을 흡수했다가 밤에 내부로 열을 발산해 겨울에도 따뜻한 구조”라며 “생태주택 개념으로 지어졌다”고 말했다.

센터는 8년 전부터 생태건축과 대체에너지 보급에 나서고 있다. 1년 방문객 3000명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안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다. 주로 타 지역 농촌지도자와 NGO 관계자 등이다. 이 소장은 2년 전 민들레마을이 속한 갈전마을의 새마을 지도자로도 선정돼 마을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나서고 있다.

베이커리는 우리밀과 경남 산청군의 특산물인 도라지, 두충, 백련초 등의 약초를 함유한 식빵과 카스텔라, 케이크, 쿠키 등을 만들고 있다. 현재 회원제로 운영되면서 1, 2주 또는 월 단위로 회원들에게 빵을 발송한다. 베이커리 운영자 김봉성(44)씨는 “아직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지만 내년에는 자생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빵에는 민들레 농장에서 기른 닭에서 나온 계란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민들레마을은 자립 생활의 노하우를 해외에도 전수하고 있다. 15년 전 이 마을 출신인 김기대 봉사단원을 캄보디아에 파송해 민들레 정신과 삶을 전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공동체 일원으로 사는 것에 만족했다.

10년째 살고 있다는 이은실(39·여·공방 운영)씨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앞으로는 나누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며 “함께 살면서 힘든 것도 많지만 서로 섬기는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대안기술센터 간사로 일하는 송정화(25·여)씨도 “자연과 사람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면서 인간다운 삶을 느꼈다”며 “함께 밥 먹고 일하고 머문다는 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산청=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