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마을에서 만난 김인수 대표는 작은 창고를 짓던 중 기자를 맞았다. 그의 허름한 점퍼와 바지에는 흙과 먼지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영락없는 노동자였다.
“손과 몸을 움직이는 노동 없이는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없지요. 노동 없는 공부나 신앙은 반쪽짜리에 불과하구요. 노동을 해야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면서 쏟아내는 말은 민들레마을 공동체가 추구해온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여러 가지로 해석하는데 사실은 마을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들레마을 공동체가 살아가는 방식을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전해줘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점퍼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찾았다.
“캄보디아 타께오 지역에 12년 전 세워진 이삭학교 모습입니다. 자립과 재생산,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청년들에게 직업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모두 민들레마을의 삶과 실험의 결과물이죠.”
경남 진주가 고향인 김 대표는 평생 농촌을 살리는 일에 매진해왔다. 20여년 전부터 의료와 교육,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빈곤한 농촌을 위해 일했다. 민들레마을이 이곳에 뿌리를 내린 이유도 농촌을 살리자는 취지였다. 국내 오지 중 한 곳이었고 가난한 지역을 찾다가 갈전리에 정착한 것이다.
김 대표와 뜻을 같이하던 초기 공동체 식구들은 이곳에 삶의 터전을 잡고 농촌을 살리는 길을 모색해왔다. 마을의 자급자족을 위해 쌀과 밀, 각종 채소 농사를 직접 지었고 닭과 염소도 길렀고 미래에 닥치게 될 생태적 위기에 대비해 대안기술센터를 통한 대안에너지 생산도 가능케 했다. 그러면서 기존 마을의 각종 농사일을 도왔고 소득사업도 펼쳤다.
“민들레 마을은 식량과 경제, 교육과 에너지 영역에서 자립을 추구해왔습니다. 이제 자립의 노하우를 국내외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자급자족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이웃 사람은 몰라라하고 우리만 잘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자급자족을 추구하되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게 마을의 존재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체로 살아가는 어려움도 털어놨다. “귀농이나 귀촌이 자기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공동체는 같이 사는 것이라 사람과의 관계가 제일 어렵습니다. 몸과 마음이 단련돼야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대안 대학 설립을 구상중이다. 고등교육기관을 세워 마을 지도자를 기르고 해외에 나가 봉사할 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민들레마을의 사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살다보니 그 연장선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마을의 후세들이 경쟁하지 말고 서로 도우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상목 기자
[마을공동체가 뜬다] 김인수 대표 “노동 수반한 공부·신앙이 중요… 이웃 돕는 게 마을의 존재이유”
입력 2012-12-09 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