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한인 교포 한기석(58)씨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은 우마 압바시 기자에게 생명윤리를 어긴 저널리즘 행태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적 특종을 한 사진기자들은 이 사건에 대해 무어라 말할까. ‘선정적 보도보다. 인류애가 우선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리를 어긴 특종사진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굶어 죽어가는 웅크린 소녀와 그 뒤에서 쏘아보는 독수리 사진. 사진기자 케빈 카터가 1993년 찍은 이 사진은 뉴욕타임스에 게재돼 전쟁의 참상을 고발했다. 이듬해 카터는 퓰리처상을 받았지만 소녀를 구했어야 한다는 윤리적 비판과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우선한다는 논쟁에 시달렸다. 죄책감과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수상 두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피사체를 도운 특종 사진기자도 있다. 1972년 베트남전 종군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AP통신의 닉 우트다. 벌거벗은 베트남 소녀가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울부짖으며 거리를 달리는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우트는 이 사진을 찍은 즉시 소녀를 병원에 데려갔다. 3도 중화상을 입은 소녀는 우트 기자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졌고, 이후 14년 동안 17회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사진 속 소녀였던 킴 푹은 이후 베트남 반전운동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푹은 이후 수차례 우트 기자를 만나며 당시의 고마움을 표했다. “한 장의 사진이 제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많아졌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전 세계에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어요.”
세계적 사진가인 스티브 매커리는 윤리와 프로정신 사이에서 고뇌하는 사진기자들에게 “현장에서 언제나 인류를 도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찍은 불안하고도 강렬한 초록 눈동자의 아프가니스탄 소녀 사진은 1984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렸다. 소녀의 눈빛은 전쟁 속을 살아내는 현지인들의 고통과 슬픔이었다. 그는 17년이 지난 뒤에도 소녀를 다시 만났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탱크 바로 앞에서 시위하는 학생을 찍었던 사진작가 스튜어트 프랭클린은 언론사의 선정성을 비판했다. 그는 뉴욕 지하철 사진 특종과 관련해 “사진을 싣는 윤리적 책임이 해당 기자에게 있다기보다는 이를 보도한 언론사 편집자가 더 문제”라며 “신문 게재는 불필요했다. 신문을 팔기 위한 선정주의는 저열한 저널리즘의 끝장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을 인터뷰한 BBC방송은 뉴욕 지하철 사고에서도 나타났듯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하지 않고 현장을 촬영하는 이른바 ‘시민기자’들의 행동을 엄격히 규율하는 것도 소셜미디어 시대에 이르러 더욱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특종과 생명윤리 사이의 논쟁은 과거를 거쳐 현재까지 쉽게 꺼지지 않는 주제다. 백마디 말보다 생생한 사진 한 장이 세계의 비극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에 사진기자들의 프로정신을 쉽게 매도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보도보다 사람을 우선시한 특종사진들 속엔… 심금 울리는 ‘인류애’ 담겼다
입력 2012-12-08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