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1] 안철수, 문재인 부산서 첫 공동유세… 文 “아름다운 단일화 완성”

입력 2012-12-08 00:11

“문재인이 잘하면 5년 뒤에는 안철수가 할 수 있다 아이가.” 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7일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지하 분수대광장은 두 사람이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이런 얘기를 나누는 수백명 인파로 가득했다. 오후 5시5분 지상통로 계단을 따라 문 후보와 안 전 후보가 나란히 내려오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몰려들었다.

문 후보가 앞에 섰고 안 전 후보는 웃으며 바로 뒤에서 손을 흔들었다. 삽시간에 인파가 두 사람을 에워쌌다. 환호성과 함께 박수치며 “문재인”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안철수”를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두 사람을 보려는 인파는 계속 불어났다. 문 후보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고, 안 전 후보는 한 손을 들어 인사했다.

문 후보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저와 안 전 후보가 함께 왔습니다. 힘을 합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대선 후에도 새 정치를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부산시민 여러분, 아름다운 단일화 이제 완성된 거죠? 자, 아름다운 단일화 완성시켜주신 안철수 후보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이어 안 전 후보가 마이크를 건네받아 “새 정치를 위한 염원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새 정치 실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에겐 첫 대중 유세였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온 터라 자연스러웠다. 얼굴은 시종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부산시민들 앞에서 문 후보의 요청에 손을 잡고 번쩍 들어올리자 함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들이 도착하기 전 “아직 누굴 뽑을지 모르겠다”던 50대 주부는 유세를 지켜보며 “부산사람 뽑아줘야지”라고 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등이 문 후보를 향해 “책임지라”며 고성을 지르자 문 후보 지지자들이 “치아라. 박근혜한테 가라”고 맞서면서 한때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20분가량 합동유세를 마친 뒤 안 전 후보는 자갈치역, 문 후보는 남포역 방향으로 유세를 이어갔다. 안 전 후보는 근처 중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오후 7시30분 부산역 광장에서 다시 지지 유세를 벌였다. 그는 시민들에게 “어제 아침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정당쇄신과 정치개혁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 그래서 새 정치 바라는 분들을 위해 문 후보를 돕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 때문에 제가 정치로 나왔다. 그 초심 잃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이날 유세 과정에서 문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 발언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안 전 후보는 부산역 광장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우연히 만나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인사했다. 박 원내대표는 안 후보 측이 원한 민주당 내 인적쇄신 대상 중 한명이었다.

안 전 후보는 KTX를 타고 오후 1시30분 부산에 도착했다. 지역포럼 대표단 간담회를 가진 뒤 곧바로 지원 유세에 돌입했다. 고향 부산에서 문 후보를 위해 돌아다닌 그가 서울행 KTX에 몸을 실은 건 저녁 8시30분이다. 안 후보 측은 서울 공평동 선거 캠프를 문 후보 선대위의 서울시 선거연락소로 등록했다. 원활한 선거 지원을 위해 안 전 후보 측 인사 30명을 문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했다. 안 전 후보는 운동원으로 등록하지는 않았다. 안 전 후보는 8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삼성동 코엑스몰 지하상가를 돌며 단독 유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부산=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