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격화에 흔들리는 무르시… 이슬람 최고기구 국민투표 연기 요구

입력 2012-12-08 00:14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TV에 등장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반대파를 자극, 정국이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무르시 측근들이 잇따라 사임 의사를 밝히고 최고 이슬람 기구도 국민투표를 연기하라고 요청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새 헌법안 국민투표는 예정대로 15일 진행할 것”이라며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대통령궁 앞에서 연설을 지켜본 수천명의 시위대는 신발을 벗어 흔들면서 “나가라” “살인자”를 외쳤다. 반대세력 연합체인 구국전선은 7일 국민투표 연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기로 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슬람 율법을 우위에 둔 새로운 헌법안을 두고 15일 국민투표 실시를 강행하고, 이때까지 사법부를 포함한 반대 세력을 무력화할 권력을 자신에게 부여한 헌법선언문(임시헌법)을 선포해 국민적인 저항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밤 대통령궁 앞에서 대통령 찬성파와 반대파 시위대 십만여명이 충돌, 7명이 숨지고 700명 가까이 부상하는 최악의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무르시의 자유정의당 부총재이면서 국영방송 사장을 맡고 있던 라픽 하비가 사의를 표명하는 등 측근들의 이탈도 늘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은 6일 밤 긴급 TV 연설에 나서서 “정치 지도자와 사법 관계자, 혁명을 주도하는 젊은이 모두 대통령궁에서 8일 만나 대화하자”고 제안하면서도 “자신을 반대하는 시위대 가운데는 전 정권 지지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설 직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무르시에게 전화를 걸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백악관은 “대화 제의를 환영하지만 시위대의 죽음과 폭력사태는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새 헌법안을 비판하고 시위대를 지지했다. 그는 “시민들이 새 헌법안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집트의 다양한 활동가들이 배제된 채 새 헌법안이 만들어진 과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국전선은 즉각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야당 없이 의회에서 통과된 새 헌법안을 먼저 폐기해야 대화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이로의 일부 청년들은 무르시의 퇴진을 상징하는 관을 들고 대통령궁을 향해 야간 행진을 시작했다고 현지 일간 이집트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이집트 검찰은 7일 구국전선 대표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암르 무사 전 외무장관, 함딘 사바히 좌파세력 대표 등이 “폭력을 조장해 국가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이들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