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 누가되든 정부조직개편] 또 헤쳐모여… 5년마다 이사 준비 술렁이는 관가

입력 2012-12-07 19:02


“인수위가 내놓은 총리실 개편안을 봤는데 첫 줄에 ‘규모는 총리를 포함해 299명 이하로 한다’ 이렇게 되어 있는 거야. 총리실 역할이 축소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총리를 포함해…’ 이런 표현이 있으니 당황했지. 총리가 일반 공무원하고는 다르잖아?”

7일 만난 총리실 공무원의 목소리 톤은 높았다. 5년 전 정부 조직개편 과정을 회고하며 들려주는 그의 목소리에는 총리의 권한이 강화되면 총리실의 역할 역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배어 나왔다. 차기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여야 유력 후보 모두 책임총리제를 거론하며 “총리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기능이 축소되거나 조직이 나뉠 것으로 예상되는 부처들은 옛날 얘기를 여유롭게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경부는 IT(정보통신)와 주력산업 간 융합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도 “국토해양부가 아니었으면 못했을 중대 사업이 많고, 국토해양부가 된 이후 시너지 효과가 컸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두 장관의 입에서 다소 이례적으로 부처에 대한 자화자찬성 언급이 나오는 이유는 조직개편을 앞둔 위기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선을 앞두고 관가가 크게 술렁이고 있음을 역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공직사회는 겉으로 차분해 보인다. 하지만 물밑에선 이미 정부 조직개편에 대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정중동(靜中動)이다.

많은 사람들이 5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대선에 관심을 갖지만 결과에 대한 공무원들의 관심은 다른 직업군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향후 개개인의 공직생활에 엄청난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정부 부처는 올해 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공공연하게 운영하는 부처도 있고, 드러나지 않게 운영하는 부처도 있지만 목적은 하나다. 대선 이후 인수위에서 논의될 정부 조직개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심지어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한 부처의 경우 관련 TF팀이 4개나 가동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부처의 고위공무원은 “소속 공무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부처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한 밑그림을 짜기 위한 게 명목상 존재 이유”라면서도 “결국은 대규모 조직 변화를 막기 위한 논거를 만드는 조직이라고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실제 대다수 TF팀은 조직개편 쟁점 사안에 대해 방어 및 공격 논리를 만들고 있다.

팀원 중 일부는 로비스트 역할도 한다. 지난 9∼10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전후한 시기가 피크였다. 의원실 보좌관, 상임위 소속 전문위원, 각 당의 정책위 관계자 등을 만나 조직의 논리를 설명했다. 대선후보의 정부 조직개편 공약에 소속 부처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부처에 따라서는 산하 연구기관이나 단체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 산하 기관 등에서 만든 관련 보고서를 이곳저곳에 보내거나 국회 주변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해당 상임위 의원들을 초청하는 건 불문가지다.

각 부처의 물밑 로비전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기는 쉽지 않다. 각 부처로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선을 불과 10여일 앞둔 관가엔 폭풍 전야 같은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