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금 인상 등 종합계획 발표했지만…장애인단체 “알맹이 없다” 비판

입력 2012-12-07 21:04

정부는 7일 총리 주재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71가지 세부 과제에 대해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3~2017년)을 발표했다. 장애인 활동지원 신청 자격을 1급 장애인에서 2급으로 확대하고, 장애인연금을 2만원 인상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이 담겼다. 또 향후 5년간 특수학급을 2500개 증설하고,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도 상향 조정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야심찬 5개년 계획에 대해 장애인 단체에서는 당장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장애인들의 핵심 요구에는 무성의한 계획표를 제출한 데다 실효성 있는 대책에는 고개를 돌린 탓이다.

◇‘계획’이 빠진 5개년 계획=보건복지부는 폐지 논란을 빚고 있는 장애인등급제와 관련해 ‘개선방안 연구’를 2013년 계획으로 제출했다. 장애인등급제는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 장애인 단체에서는 “또 연구를 한다니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복지부는 이미 2011년 초부터 ‘장애인 서비스 지원체계 개편기획단’을 꾸려 2년에 걸쳐 등급제와 관련된 논의와 연구를 해왔다. 기획단이 발주한 등급제 관련 연구는 오래 전 완료돼 보고서까지 출판됐다. 이제 할 일은 보고서를 검토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보고서만 받아놓은 채 이를 검토해야 할 기획단 회의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기획단에 참여해온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획단이 발주한 연구 말고도 등급제 관련 연구는 최근 3~4개가 발표됐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내년에 또 연구를 하겠다는 건 시간을 끌자는 것”이라며 “기획단 회의도 복지부가 자꾸 미뤄 진전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5개년 장기 계획이 없는 항목도 있다. 장애인의 숙원사업인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현행 장애 1등급으로 제한된 신청 자격을 내년 2등급까지 확대한다’는 1년 계획만 나왔을 뿐 이후 일정이 빠져있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저상버스 도입’에 관해서는 정부가 아예 ‘늑대소년’ 취급을 받고 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 접근이 용이하도록 계단을 없앤 버스. 이날 발표된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 19.1%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저상버스를 41.5%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목표가 달성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버스 사업주들이 도입을 꺼리는 상황에서 장애인 단체들이 요구해온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조항’은 빠졌기 때문이다. 정부 약속은 이미 파기된 전례가 있다. 2007년 정부는 2011년까지 전체 버스의 31.5%를 저상버스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도입률은 12%에 불과하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의무화 조항이 없이 망설이는 버스 사업주를 움직일 방법이 없다”며 “지키지 않을 계획을 세우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