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선교사 독살은 명백한 국제 테러다
입력 2012-12-07 18:12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백화점 앞에서 숨진 김창환 선교사가 독극물로 암살된 사실이 법원 기록을 통해 공식 확인됐다. 김 선교사는 당시 택시를 기다리다 입에 거품을 물며 갑자기 쓰러졌고, 몸에서 퍼런 멍이 발견되는 등 독살의 정황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 공안이 주도한 1차 부검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 잠입했다 검거된 한 북한 공작원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사건 발생 직후 김 선교사가 독살됐음을 확인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은 그를 숨지게 한 독극물이 북한의 공작기관이 암살용으로 사용하는 브롬화스티그민이라는 점도 밝혀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를 외교통상부에 통보하지 않아 중국 공안과의 공조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암살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게 된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소행이 거의 확실시되는데도 중국과의 외교마찰 등만 생각해 진상파악에 적극적이지 않음으로써 유사한 테러행위가 재발할 가능성까지 남겼다. 재외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의무를 스스로 방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를 독극물로 살해한 것은 명백한 국제적 테러행위다. 지금 북한은 3대 세습에 따른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과 인접한 중국 국경지역에서 활동하는 눈엣가시 같은 대북 선교사와 인권단체 운동가들에게 노골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때문에 선교사 등은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느껴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응과 응징을 촉구해야 한다. 중국 정부에는 범인 색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국제 범죄에 동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제2, 제3의 테러를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