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장철에 터진 농약성분 고춧가루 파동

입력 2012-12-07 18:11

대기업이 위탁 생산한 고춧가루에서 기준치의 두 배가 넘는 농약 성분이 나온데 이어 농협이 판매한 고춧가루에선 사용이 금지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막바지 김장철인 요즘 내가 먹는 고춧가루와 김치는 괜찮은지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6일 전남 함평군에 있는 나비골농협 가공사업소가 제조·판매한 ‘함평천지 태양초 고춧가루’에서 독성이 강해 사용이 금지된 ‘이피엔’ 농약 성분이 검출돼 판매를 금지하고, 이미 유통된 고춧가루 1680㎏에 대해 회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농협이 운영하는 김치공장에서 생산된 김치를 먹은 서울과 경북 포항 등지의 4개 고교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다.

식약청은 앞서 CJ제일제당이 영양고추유통공사에 위탁해 생산한 ‘해찬들 고춧가루’와 ‘해찬들 김치용 고춧가루’, 영양F&S가 생산한 ‘햇님마을 고춧가루’에서 농약 성분 ‘터부코나졸’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판매 금지하고, 판매된 제품은 회수조치했다. 터부코나졸은 미 환경보호청이 발암물질로 지정한 농약 성분이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먹거리를 갖고 장난치거나 소홀히 다루는 것은 엄벌해야 한다. 자신의 가족들이 암에 걸릴 수 있는 고춧가루를 먹는다면 금지된 농약을 사용하거나 기준치를 어기겠는가. 업체들은 당장 눈앞의 수익만 좇을 게 아니라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먹거리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지속성장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농약 고춧가루 파동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은 식품업계 1위 대기업과 정부 출자기관인 농협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식약청이 10일부터 전국 지방청을 통해 고춧가루 전반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먹거리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고 위생 기준을 어긴 업체들에 대해선 영업을 못할 정도로 철퇴를 가해 먹거리 안전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