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백소영] 매일 오시는 ‘그리스도’
입력 2012-12-07 17:54
대림(待臨)절도 곧 두 주째로 접어듭니다. 분주한 일상 중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어느덧 지구인의 축제로 변모한 이 ‘기다림’으로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상인들이 부지런히 먼저 온 거리를 장식했네요. 상점마다 들어선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의 현란한 자태와 형형색색 반짝이는 불빛이 우리를 한껏 들뜨게 만듭니다. 연말의 정서까지 보태어지고 나니 정작 이 계절에 우리는 무엇을 왜 기다리는지, 그 의미가 희미해진 듯합니다.
거리의 젊은이들은 성탄절을 지나 연말연시까지 이어지는 활기찬 축제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올 한 해가 유난히 버거웠던 장년들은 예수 탄생의 희망찬 기운을 업고 다가오는 2013년의 ‘운수대통’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아기 예수님 대신 선물을 가득 안고 굴뚝을 타고 오실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을 테고요.
문득 두려워지는 것은 하나의 절기 행사가 되어버린 이 계절을 무심히 지나며 아예 ‘기다림’ 자체를 포기한 신앙인들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입니다. 2000년 전 첫 성탄을 기다렸던, 아니 실은 그리 오래 기다려놓고도 정작 그들이 그토록 고대했던 그리스도가 오시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다수의 유대인들처럼 우리는 행여 엉뚱한 데 시선이 팔려 이 기다림의 의미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요, 메시아, 구원자, 그리스도! 한 인간의 성실성이나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세상살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이 이 땅에서 이어지는 순간마다 하루를 주 뜻 안에서 살아내도록 힘을 부여하시는 ‘구원의 힘’이신 그리스도! 우리는 매일매일 우리에게 임하시는 그리스도에 힘입어 힘차게 ‘지금-여기’를 살아냅니다.
2000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에 오셨던 그분은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살아내게 하는 힘’으로 오십니다.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인문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