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하나되는 대한민국] (4) 동방사회복지회
입력 2012-12-06 19:47
다섯 살짜리 딸을 둔 김모(40·여)씨는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2008년 한 건설업체 식당에서 영양사로 일하던 김씨는 강모(38)씨를 만나 결혼을 전제로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결혼식 전날 밤 강씨가 갑자기 ‘결혼 못 하겠다’는 문자만 남기고 떠나면서, 김씨는 딸을 홀로 낳았다.
한국에서 미혼모로 산다는 것은 가혹했다. 주위에선 ‘여자가 어리숙해서 그런 것 아니냐’, ‘몸을 잘 간수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이를 키우며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김씨는 꿈도 잃고 절망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김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하는 동방사회복지회 바리스타 교육을 2년 전 수료한 뒤 작은 카페를 차리는 꿈을 꾸게 됐다. 지난 3일 서울 서교동 동방사회복지회관 건물 1층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김씨는 “미혼모의 경우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고용주가 아이 문제를 충분히 배려해줘야만 일을 할 수 있어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며 “커피를 배운 뒤로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 일을 할 수 있어 꿈도 갖게 됐고 아이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커피 만드는 일의 가장 큰 장점으로 만남을 꼽았다. 김씨는 “커피를 찾는 다양한 손님들을 매일 만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나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성격도 밝아졌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요즘 김씨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게를 꿈꾸며 학원에서 브런치 요리를 배우고 있다. 김씨는 “미혼모는 낙인과 같아 죄인처럼 살았는데 내 인생도 다시 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모자원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김씨는 내년이면 돈을 모아 둘이 살 수 있는 작은 집을 얻을 계획이다. 이곳 바리스타 교육 과정은 2010년 시작돼 이미 40명을 배출했으며 현재 15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가족지원부 오지영 과장은 “미혼 양육모가 아이를 떳떳하게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단순히 돈을 버는 직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