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2] 文, 새정치 구애에… 安, 결국 마음바꿔

입력 2012-12-06 19:30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침묵을 깨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돕기로 결단한 데는 6일 ‘새 정치 공동선언’ 실천 의지를 강조한 문 후보 발언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를 당선시켜 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본 것이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지난 주말부터 본부장과 비서실장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에는 안 전 후보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비밀리에 지원 방식과 일정도 조율했다. 문 후보는 5∼6일 전북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에 머물며 안 전 후보의 결심을 기다렸다. 7일쯤 부산 합동유세 현장에서 만날 계획도 세웠다. 이후에는 각자 움직이며 야권의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문제는 안 전 후보가 나설 ‘명분’을 갖추는 대목에서 발생했다. 안 전 후보 입장에서 문 후보는 단일 후보가 된 이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을 하는 등 자신이 주장한 ‘새 정치’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이 쇄신하겠다’는 식의 문 후보의 실질적 약속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양측이 협의한 대로라면 문 후보는 5일 아침 기자회견 등의 방식으로 이런 뜻을 발표해야 했다. 그러나 선대위 회의에서 안 전 후보 지지자들에게 사과만 했다. 게다가 조율 없이 곧바로 서울 용산의 안 전 후보 자택을 찾았다. 안 전 후보 측 인사는 “나란히 선 사진을 찍기 위한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또 언론에는 오후로 예정된 문 후보의 대학가 유세 현장에 안 전 후보가 등장할 것이란 보도가 이어졌다.

결국 민주당의 압박과 ‘언론 플레이’에 안 전 후보는 마음을 돌렸고 계획됐던 지원 방식 발표 등은 전격 연기됐다. 안 전 후보는 측근들에게 “이런 식이면 제가 나서도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마음이 급해진 문 후보는 이날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안 전 후보를 향한 공개 프러포즈를 한 차례 더 했다. 그는 “정당 혁신, 계파정치 청산, 편 가르기 정치구도 해소, 일체 기득권 포기, 보복정치 종식,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약속했다. 그동안 안 전 후보와 이견을 보였던 의원정수 축소, 중앙당 권한과 기구 축소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를 전해들은 안 전 후보는 오후 1시쯤 문 후보에게 직접 전화했고 3시간20분 뒤 만남이 성사됐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