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가른 22초, 도와줄 시간 있었는데…” 뉴욕 맨해튼 전철역 추락사 한기석씨 딸·부인 ‘눈시울’
입력 2012-12-06 21:40
미국 뉴욕 맨해튼의 전철역에서 한 흑인에게 떠밀려 사망한 한인 한기석(58)씨의 딸은 “누군가 아빠를 도우려는 생각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한씨의 외동딸 애슐리(20)씨는 5일(현지시간) 가족이 다니는 뉴욕 퀸스의 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빠는 항상 남을 도우려 했다”며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내가 얼마나 아빠를 사랑하는지 말해주고 싶다”고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녀는 이어 “지난일을 바꿀 수는 없겠죠”라고 말했다.
한씨는 1975년 미국 아칸소 대학으로 유학을 온 뒤 맨해튼에서 세탁업을 해 왔다. 하지만 수년 전 일을 그만두었으며 아내마저 5년째 척수염을 앓아 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가 열차에 치이기 직전 모습을 촬영한 프리랜서 사진기자 우마르 압바시는 이날 NBC TV와의 인터뷰에서 한씨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구하려 하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압바시는 “한씨가 떨어지고 열차가 오기까지 22초의 시간 동안 그와 가까이 서 있던 사람들이 그를 잡아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누구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압바시는 또 열차에 치인 한씨의 몸이 승강장으로 끌어올려지자 주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한씨의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고 전했다.
한편 뉴욕 경찰은 한씨를 선로로 밀쳐낸 혐의로 체포된 나임 데이비스(30)를 2급 살인 혐의로 이날 기소했다. 수사 관련 여러 소식통들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경찰 신문에서 한씨가 자신을 괴롭히고 가만히 놔두지 않아 밀쳤다며 범행을 인정했다고 ABC TV가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