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위프로젝트] (하) 지지부진 위스쿨

입력 2012-12-06 21:37


절대적으로 부족한 위스쿨 3년동안 1곳 증가 그쳤다

# 소년원이 집보다 더 긍정적인 환경

대구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는 A군(18)은 수년간 방치돼 왔다. 이혼과 재혼을 반복했던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어머니는 최근 간간이 일용직으로 일할 정도로 호전됐지만 여전히 A군을 보살필 여력은 없었다.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성장한 A군은 몇 해 전 폭력 행위를 저질러 6개월 동안 소년원에서 복역하기도 했다. 대구 서부 위센터 관계자는 “소년원에서 나올 때 A군이 오히려 쾌활해져 있어서 놀랐다.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벗어나 소년원에서 보낸 시간이 도움이 된 듯했다”고 말했다.

# 아버지 폭력으로 상습 가출하는 중학생

대구의 중학생인 B군(14)은 사소한 잘못에도 아버지에게 체벌을 당해 왔다. 아버지에게 맞을 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B군은 집을 나와 친구 집 등을 전전했다. 항상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던 B군은 위센터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기법의 상담치료를 받았다. 마음껏 물건을 부수고 욕을 하면서 쌓인 감정을 풀도록 했다. 그러나 위센터의 상담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또다시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면 상담 효과는 반감되기 일쑤였다.

◇격리가 필요한 아이들, 위스쿨 설립은 제자리= 전문 상담인력을 갖추고 있는 위센터도 벅찬 위기학생이 적지 않다. 상담의 전문성이 아닌 상담 환경의 문제다. 대구 서부 위센터 관계자는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가정적 요인으로 위기에 빠진 경우 문제 가정과 상담실을 오가는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일선 학교에서 기숙형 위스쿨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위스쿨은 위기학생 중에서도 고위기군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재 위스쿨은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4곳에만 설치돼 있다. 광주 돈보스코 학교, 충북 청명학생교육원, 충남 충무학교 등이 2010년 만들어졌고, 올해 초 인천 해밀학교가 개교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3년 동안 1개 학교가 만들어지는 데 그친 것이다. 4개 학교를 합해도 수용인원이 한 해 330명 수준에 불과하다.

당초 교과부는 위프로젝트를 도입하면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단위에 최소 위스쿨 1개교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한창 위프로젝트를 강조했던 2009년에는 2011년까지 위스쿨을 10개 시·도교육청에 설치키로 약속하기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역사회의 반발, 등·하교형 위스쿨?= 지난해 학생 자살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위스쿨 설립 계획을 확정했다. 내년 8월까지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학생수련관을 리모델링해 상·하반기 50명씩 1년에 모두 100명의 학생을 수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숙형이 아닌 통학형이다. 위스쿨은 위해환경과 학생을 일정기간 격리하는 기능을 하면서 상담과 교육을 동시에 하려고 만드는 것인데 반쪽짜리 위스쿨이 돼버렸다. 이에 따라 대구 위스쿨에 입교하는 학생들은 매일 아침 교육청에 모여 버스로 40분을 달려 위스쿨로 이동하게 된다. 지각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오전에 버스를 두 번 운행한다.

지역사회와 시의회의 이해부족과 반발 때문이었다. 대구교육청은 2010년부터 위스쿨을 추진했지만 ‘혐오시설’, ‘사실상 소년원’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거주민이 거의 없어 반발이 심하지 않은 팔공산 주변에 있는 학생수련관에 눈을 돌린 이유다.

시의회는 기숙형을 문제 삼았다. 학생의 문제는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반대 의원들의 논리였다. 송세달 대구시의회 의원은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학생들을) 격리시키려고만 한다. 일진들을 모아놓으면 그 아이들끼리 범죄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반대했다. 그러나 위센터와 대구교육청 관계자들은 “(반대의원들이) 현실을 잘 모르시고 반대하고 있다. 더구나 해당 수업에 따라 교실을 이동하는 교과교실제에서는 담임교사가 담당 학생의 얼굴 보기도 힘들어 관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통학형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당초 팔공산의 학생수련원은 기숙형을 염두에 두고 선정된 지역이었지만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다. 대구교육청은 일단 통학형으로 운영하면서 성과를 바탕으로 의회를 다시 설득해볼 계획이다. 따라서 당분간 파행운영은 불가피하다.

위프로젝트 정책 자문을 했던 조벽 동국대 교수는 “위프로젝트는 클래스-센터-스쿨이 한 덩어리로 운영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질적인 면은 차치하더라도 양적으로도 절대 부족하다”면서 “위프로젝트가 출범한 지 4년이나 흐르도록 양적인 면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정부가 위기학생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대구=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