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담보대출 근저당 설정비 고객에 반환할 의무 없다”
입력 2012-12-06 19:15
부동산담보대출 고객이 부담했던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은행이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앞으로 있을 유사 집단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7부(부장판사 고영구)는 6일 부동산담보대출자 270명이 “근저당권 설정비 4억3000여만원을 반환하라”며 KB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국민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부장판사 이우재)도 고객 99명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등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근저당 설정비는 담보대출을 받을 때 발생하는 비용으로 통상 1억원을 대출받으면 70만원 정도 든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약관 조항은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는 개별약정으로 봐야 한다”며 “이 개별약정이 사회적 질서에 반하거나 불공정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9월 인천지법에서 내린 판단과 정반대다. 이에 따라 상급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금융권은 판결 결과에 안도했다.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진행될 수조원대의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은 4만2000명을 대신해 1500여개 금융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으며, 금융소비자연맹도 5차례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참여자는 1만여명으로 반환 청구금액은 200억원에 이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누린 이득이 없었던 만큼 승소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향후 소송이 계속 제기되겠지만 이번 판결과 유사한 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법 판결 이후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했던 소비자단체는 허탈한 표정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어떻게 보면 (기존 약관을 불공정약관이라고 해석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판결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 것을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항소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추가 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다.
정현수 진삼열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