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고작 0.1%…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
입력 2012-12-06 19:14
우리 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금융위기 후폭풍을 겪던 2009년 초 수준으로 추락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허리’인 제조업은 잇따라 뒷걸음치며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한국은행이 올해 달성할 수 있다고 본 2.4% 성장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은은 지난 3분기 실질GDP가 전 분기보다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6일 밝혔다. 한은이 지난 10월에 발표한 속보치 0.2%보다 0.1% 포인트 낮아졌다. 2009년 1분기 성장률(0.1%)과 같은 수준이다.
올 3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로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떨어졌다.
성장률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제조업과 설비투자 위축이다.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설비투자의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됐고, 제조업 성장률도 속보치 추계 수준보다 감소 폭이 더 확대됐다”며 “대선 등의 이벤트를 앞두고 설비투자도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0.4%로 전 분기(-0.2%)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그 폭은 더 커졌다. 업종별로 석유·석탄 화학제품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정밀기기(-9.1%), 운송장비(-4.4%), 비금속광물(-4.7%) 등에서 ‘거꾸로 성장’이 심화됐다.
설비투자 상황은 더욱 나쁘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반도체 제조용 기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4.8%나 감소했다. 2분기(-7.0%)보다 감소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들은 투자 대신 현금을 축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설비투자액은 올 1분기 7조8000억원에서 2분기 6조2000억원, 3분기 4조5000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성장률이 악화되면서 한은이 전망한 올해 2.4% 성장도 힘들게 됐다. 한은은 지난해 말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잡았다가 지난 4월 3.5%, 7월 3.0%, 10월에는 2.4%로 계속 하향 조정했다. 정 부장은 “2.4%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6% 수준은 나와야 하는데, 지금 성장흐름으로 볼 때 특별한 요인이 없는 한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성장 기반인 제조업과 설비투자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있다. 하지만 한은은 “실질 수출이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