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 심평원 끝내 무릎 꿇린 여의사… 여의사 5년 법정다툼 끝 승소
입력 2012-12-06 10:24
의사들에게 ‘갑’으로 통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부당조사와 면허·영업정지 처분에 맞서 5년 동안 법정싸움을 벌인 여의사가 끝내 승소했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갑’으로 통하는 심평원과 싸우는 동안 여의사는 병원도 폐업하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사건은 2007년 8월 27일 발생했다. 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건보)의 실사팀 5명이 김모(53·여) 원장의 K의원에 들이닥쳤다. 심평원은 보험급여 부당 청구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기관이다. 당시 김 원장은 실사팀이 복사본만 봐도 되는 수납장부의 원본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등 진료를 방해하자 이들에게 항의했다. 실사팀은 김 원장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엄포를 놨고 실제로 자료조사 대상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김 원장은 이후 실사팀 조사를 거부하고 추가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나 실사팀은 정밀 조사를 벌여 “김 원장이 보험급여 2800만원을 부당 청구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이 자료 토대로 김 원장에게 2800만원 환수 조치와 면허정지 7개월, 영업정지 4개월 처분을 내렸다. 김 원장의 자료 제출 행위에 대해서도 영업정지 1년과 함께 형사고발 조치했고 검찰은 김 원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물렸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2009년 8월 법원은 김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실사팀이 조사대상 기간을 연장하려면 복지부 직원의 현장 조사가 필요한데 이런 절차가 생략됐고, 관련 공문도 복지부에 보내지 않았다”며 “김 원장의 자료 제출 거부는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김 원장에게 죄가 없다고 판결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3월 복지부의 면허·영업 정지 처분에 대해서도 “실사팀의 조사가 부당한 만큼 처분도 취소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당시 심평원의 조사 결과가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면허·영업 정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복지부는 항소했지만 지난달 17일 대법원은 김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은 이겼지만 김 원장은 만신창이가 된 후였다. 실사팀 조사에 시달리면서 2008년 2월 김 원장은 병원 문을 닫아야 했다. 지루한 법정공방에 다른 일은 할 수도 없었다. 김 원장은 조만간 복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계획이다. 김 원장 사건을 맡은 김동현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김 원장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경제적으로도 파산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개인 병원 의사는 “심평원은 의사들 사이에서 절대 ‘갑’의 위치에 있는 기관으로 직권 오·남용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