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방서 치료” 설득 또 설득… 노숙인 찾아가는 정신과 상담팀 동행 취재
입력 2012-12-06 19:01
수도권에 첫 폭설이 쏟아진 지난 5일 오후 7시30분. 서울 봉래동 서울역 2번 출구 앞에 두꺼운 외투로 무장한 서울시의 ‘찾아가는 정신과 전문상담팀’ 요원 6명이 모였다. 하루 종일 시내를 떠돌던 노숙인들이 잠을 자기 위해 역사 안으로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주 2∼3회 노숙인이 많은 서울역과 을지로입구역을 돌며 노숙인을 상담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1명과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4명, 자원봉사자 1명이 한 팀이다.
상담팀은 서울시내 600여명의 노숙인 중 22%가 알코올중독, 10% 이상이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이들의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 상담팀은 이날도 눈길을 뚫고 서부 서울역 쪽 거리로 나갔다. 이곳엔 여름부터 거리에 깔아놓은 이불 위에서 꼼짝 않고 누워있는 60대 여성이 있었다. 상담팀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여성에게 “자리를 옮기자”고 설득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여성이 덮고 있는 이불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갔다. 상담팀은 소득 없이 돌아섰다.
장소를 옮겨 서울역 지하통로로 들어서자 20여명의 노숙인들이 박스와 침낭 등을 깔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상담팀은 손수레 가득 이불더미를 실은 채 앉아있는 노숙인에게 “날씨가 추운데 왜 이곳에 계시느냐”, “술은 얼마나 드시냐”, “노숙인 센터에서 받아 드시는 약은 있냐”고 물으며 상태를 파악했다. 또 한쪽 귀에 동전을 꽂고 있던 노숙인 A씨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질문했다. A씨는 “나의 마지막 동전이어서 아끼려고…”라며 “무서워서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상담팀은 A씨에게 정밀 진단을 받도록 권유하고 쪽방이나 응급구호방에 입소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글·사진=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