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소요’ 직접 언급… 불순분자 일제 색출 지시

입력 2012-12-06 19:01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 사회 전역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소요’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전국의 공안기관에 불순분자 일제 색출을 지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최고 지도자가 ‘소요’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는 북한 지도부의 권력 불안과 내부 동요 조짐이 증폭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6일 김 제1위원장이 최근 보위부와 검찰 등 공안기관의 일선 기관장 회의를 잇달아 소집해 “소요사태에 대비하라”거나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반혁명 세력을 척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전국 분주소(分駐所·파출소에 해당) 소장 회의에 보낸 축하문에서 “전체 인민보안원(경찰)들은 혁명 수뇌부를 노리는 적들의 비열한 책동에 대해 수뇌부 사수전을 확고히 하라”면서 “소요동란을 일으키려 악랄하게 책동하는 불순 적대분자들, 속에 칼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자들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모조리 색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제1위원장은 같은 달 26일 사법검찰일꾼 열성자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도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위험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런 자들을 엄격히 다스리라”고 주문했으며, 이보다 앞서 보위기관 창립일이던 같은 달 7일 국가안전보위부를 전격 방문해 “딴 꿈을 꾸는 불순 적대분자들을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정은은 최근 이들 공안기관에 “지금까지 잡은 불순분자가 얼마나 되는지 실적을 보고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보위부 등 각 기관은 ‘실적용’ 불순분자를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며, 주민들이 불순분자로 낙인찍힐까봐 한국 상품과 중국 상품 등이 유통되는 전국 각지의 장마당을 아예 찾지 않는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요 문제가 실제적 위협이든 김정은의 불안한 심정 표현이든 분명히 북한 지도부 내에 반발과 권력 불안정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오락가락 스타일”이라며 “군 기득권 청산과 6·28 경제개선 조치 등을 통해 개혁·개방 쪽으로 가다가 지금은 다시 군부 강경파와 핵·미사일 무장, 폐쇄적 경제노선 등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독자적 통치 스타일을 갖지 못한 채 여러 정책 방향이 좌충우돌 혼선되면서 권력불안 요소가 만들어지자 사회 전체에 공안 분위기를 조성해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2008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노동당과 군부 고위 인사들이 간첩 혐의 등으로 숙청됐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여전히 지도부 인사들 사이에 이상 징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도 내부 불안을 무마해보려는 일종의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