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과징금 폭탄’ 맞은 두 기업 행보 ‘온도차’… LG “항소” vs 삼성SDI “신중 대응”
입력 2012-12-06 21:27
LG전자와 삼성SDI가 브라운관 가격 담합 혐의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천문학적인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뒤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LG전자가 항소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반해 삼성SDI는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6일 “면밀한 검토를 거쳐 유럽 법원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C는 전날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제조하는 업체들에 가격 담합 혐의를 적용해 총 2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는 공소시효가 끝난 데다 과징금 대상에 포함된 LG필립스디스플레이(LPD)에 대해선 법적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LPD는 완전히 독립된 개별 사업체며 개별 사업체의 행위에 대해 어떠한 법적 연대책임도 질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면서 “2001년 7월 LPD 설립 이전 행위에 대해서도 EU 법상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지났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EC에서 가격 담합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기간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6년까지다.
반면 삼성SDI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미 담합 혐의를 자진 신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거세게 항의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는 2010년 EC에 대만의 청화픽처튜브에 이어 담합 행위를 자진 신고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LG전자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결정문을 신중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SDI가 항소를 하더라도 과징금 액수를 줄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부과된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게 산정됐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EC는 LG전자에 4억9156만7000유로(약 6975억원), 삼성SDI에 1억5080만 유로(약 21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EC가 내린 과징금이 다른 나라보다 수십 배나 많다. 미국의 경우 LG전자에 아예 과징금을 내리지 않았다. 일각에선 EU가 그리스 구제금융 등으로 바닥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과도하게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보고 있다.
또 EC의 과징금 계산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은 브라운관 제조 업체들의 담합으로 자국 내 TV, 모니터 제조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며 현지에서 생산·판매한 TV, 모니터 속 브라운관만 과징금 대상으로 정했다”면서 “반면 EC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해 유럽에서 판매한 TV, 모니터 속 브라운관까지 과징금 대상에 포함시켜 액수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