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무형유산 아리랑] 우여곡절 고개를 넘어∼ ‘아리랑’ 세계의 가락이 되다

입력 2012-12-06 21:34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에 등재됐다. 이미 등재된 종묘제례·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등에 이은 15번째다.

유네스코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우리 정부가 신청한 아리랑의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확정했다. 이로써 아리랑은 한국을 넘어서 세계의 아리랑이 됐다.

유네스코는 아리랑이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전 국민의 아리랑으로 세대를 거쳐 재창조되고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는 모습에 주목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또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한국의 법제도와 조직체계가 잘 갖춰진 점도 높이 평가했다고 정부는 전했다.

정부는 아리랑의 전승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 지원방안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소관부처인 문화재청은 아리랑의 국가무형문화유산 지정, 아리랑 아카이브 구축, 지방자치단체의 아리랑 축제 지원, ‘한민족 아리랑 센터’ 설립 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2017년까지 국내외 정기공연 지원에 27억원, 지자체 축제 지원에 20억원 등 총 3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한국을 넘어 세계의 아리랑으로=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아리랑은 우리나라 전승 문화에서 세계인이 보호해야 할 지구촌 문화유산이 됐다. 물론 등재 자체가 당사국에 특정 의무를 지우거나 유산 관리체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 아리랑의 전승 활성화 및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무형유산이 소멸 위기에 처해 긴급지원이 필요하면 ‘무형문화유산 긴급목록’에 넣고, 인류의 창조성을 입증할 가치가 있으면서 당사국의 자체 보호능력이 있을 경우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정한다. 아리랑은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대표목록에 등재된 유산은 중국의 서예, 스페인의 플라멩코 등 200여건이다.

임돈희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아리랑을 세계인에게 널리 소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환경·생태 등의 인류 공통적 주제에 우리 아리랑을 녹이는 등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 대표 민요인 아리랑은 ‘상징 자본’인 만큼 한민족의 문화적 정체성과 결속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 및 중국 조선족의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공동 등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등재되기까지의 우여곡절=한 차례 고배를 마시는 등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2009년 8월 가곡·대목장·매사냥 등과 함께 강원도의 정선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신청목록에 올렸다. 하지만 유네스코 사무국이 인류무형유산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국가별 건수에 제한을 두면서 정선아리랑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답보 상태에 전기가 마련된 건 지난해 6월 중국이 아리랑을 조선족 전통민요·풍습과 함께 자국 국가무형문화유산에 등록하면서부터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환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며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한반도 전 지역 아리랑을 대상으로 북한과 공동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지난해 8월 남북역사학자협의회를 통해 북측에 뜻을 전달했다. 공교롭게도 그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결국 문화재청은 올 1월 아리랑을 심사우선 순위로 선정한 데 이어 6월 대한민국 단독으로 아리랑 인류무형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이후 지난달 초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심사보조기구가 아리랑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리면서 등재 확정은 예견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