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V토론 내용 왜곡하면 더 혼탁한 선거 된다
입력 2012-12-06 18:40
사실에 근거해 주장하고, 실체적 진실 호도 말아야
민주통합당이 5일 브리핑을 하면서 “퍼주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TV토론 발언을 문제 삼고 나왔다. 민주당은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뤄진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은 비료와 식량 등 현물 제공 방식이었는데 마치 현금으로 이뤄진 것처럼 왜곡하면서 남북 화해를 훼방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박 후보는 “2006년 북한에 그렇게 많이 퍼주기를 했음에도 북한이 첫 번째 핵실험을 했다”면서 “도발하면 오히려 큰 대가를 치르도록 강력한 억지력을 갖추고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을 병행해서 얻어지는 평화가 진짜 평화”라고 말했었다.
발언 취지에 비춰보면 퍼주기는 비단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허가를 받아 시행되는 민간단체의 지원,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처럼 현금이 북한에 넘어가는 경우도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2년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4억5000만 달러의 기업자금이 북한으로 송금된 사례도 있다. 발언의 요지는 이런 역사까지 포함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것만으로 도발을 막기 어렵다는 내용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왜곡을 한 것은 박 후보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의 브리핑인 셈이다.
반면 4·11총선 당시 야권 연대를 하면서 민주당이 한·미동맹 폐지, 주한미군 철수,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지에 합의했다고 언급한 박 후보의 발언에 민주당이 해명을 요구한 것은 정당하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는 합의하지 않은 게 사실이며, 이런 문제는 공당의 정체성 문제와 직결되므로 시정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해명하고 필요하면 사과해야 한다.
양당 후보가 참여하는 TV토론이 처음 열려 국민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토론의 성패에 관한 정치권의 관심이 가열되다 보니 자화자찬식 해석은 물론 상대 진영을 깎아내리려는 편향된 공격이 횡행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저질 공격 뒤에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숨어 있는 것 같다”면서 “역할을 분담해 짜고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정도”라고 추측성 언급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 때 있었던 사실마저 왜곡하는 것은 혼돈을 부추기는 행위다.
가뜩이나 TV토론을 두고 네거티브에 치중했다거나, 여야 형평이 맞지 않고 재질문과 반박이 없어 부실했다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흑색선전 등이 난무하는 혼탁상이 나타날 우려도 높다. 각 후보 진영은 정치적 주장을 펼 때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론을 벗어나면 안 된다. 국민 앞에 내보이는 TV토론에 임할 때 더욱 치밀한 사실 검증을 거쳐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토론 내용을 왜곡해 사실이 아닌 것을 확대재생산해서는 안 된다. 선거가 실체적 진실을 호도하고 국민들을 안갯속에 가두는 역할을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