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 권력 가진 자들의 월권

입력 2012-12-06 18:36

현직 검사 성스캔들 사건의 피해 여성 사진이 검찰에서 처음 유출돼 인터넷에 유포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인권의 보호자가 돼야 할 검찰이 되레 피해자인 여성의 사진을 외부로 퍼뜨린 행위는 도덕적 타락을 넘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유출 혐의가 있는 검사와 검찰 수사관 등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인터넷을 떠돌았던 2장의 피해 여성 사진은 정부전산망인 검찰과 경찰의 수사기록 조회 시스템에서 유출됐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조회 시스템의 주민등록증 및 운전면허증 사진은 전자수사자료표 시스템(E-CRIS)에 접속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따라서 접근 권한이 있는 검찰과 경찰 외에는 의심받을 곳이 없지만 경찰관은 피해 여성의 절도 혐의 수사 담당으로 사진은 열람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강력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피해자인 여성의 사진을 외부에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니 놀랍다. 초짜라고는 하지만 같은 식구인 검사가 조사를 빙자해 피의자인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파렴치하고 비도덕적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니 제 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얼굴 사진이 공개될 경우 피해자가 감내해야 할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같은 행동은 감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사기관의 존재 이유는 최선을 다해 범인을 잡아내는 것이지만 동시에 피해자의 보호도 범인색출 만큼 중요해진 것이 현대 형사법의 큰 정신이다. 우리나라도 오래 전부터 피해자 및 증인의 보호를 위한 법까지 만들어가며 이 정신에 충실해 왔다는 사실을 검찰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피해자의 사정은 눈곱만치도 생각지 않고 얼굴사진을 유출한 것은 호기심 충족을 위한 관음증의 발로로밖에 볼 수 없다.

수사주체가 경찰이라 검찰과의 마찰도 우려되지만 서로 협조하기로 약속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수뢰검사 사건처럼 특임검사 운운하며 수사주체를 바꾸며 치부를 감추려 하다가는 떨어진 위상을 더욱 나락으로 내몬다는 것을 검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찰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해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 관련자는 엄벌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 정보의 수집·유출·오용·남용으로부터 사생활의 비밀 등을 보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개인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 마침 검란으로 불릴 정도로 갈등을 겪던 검찰 수뇌부도 모두 바뀌었다. 이번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함으로써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