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염성덕] 생각이 운명을 결정한다

입력 2012-12-06 18:32


“국민을 끌어안고 떠받들 대통령감이라면 바른 생각과 말과 행동을 보여줘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30일 브리핑 전쟁을 벌였다. 양당은 이날 똑같이 18번씩 상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브리핑을 쏟아냈다.’ 지난 1일자 한 중앙 일간지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하루에만 36번의 비방전을 벌인 양당을 비판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양당이 얼마나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대선 후보 캠프 인사들은 ‘악마’ ‘죽음’ 같은 단어까지 동원하며 서로를 헐뜯는다.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살인과 자살이 늘어난다고 주장한 미국 정신의학자의 책을 소개하면서 “어느 쪽에 투표하는지에 ‘삶’과 ‘죽음’이 달려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정도면 국민을 겁박(劫迫)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칼만 들지 않았지, 강도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들의 언행에 큰 무게를 두고 싶지는 않다. 이들의 발언은 후보의 복심을 간파한 대언(代言)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충성경쟁에서 비롯된 비방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정 5년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들의 비방전과 공약(空約)이다. 공식 대통령 선거운동 첫날부터 치고받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 간의 설전은 실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박 후보는 “야당 후보는 스스로를 폐족이라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였다”면서 “이런 실패한 과거 정권이 부활해서야 되겠느냐”고 문 후보를 비난했다. 문 후보는 “5·16군사 쿠데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는 박 후보가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한 역사인식으로 민주주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힐난했다.

두 후보는 자신이 미래 세력이고, 상대방은 과거 세력이라고 몰아붙인다. 논리에 맞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분법적 접근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박정희와 노무현의 대리전을 연상시키는 접근 방식으로는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은 날선 구호보다는 국민을 끌어안고 떠받들 정치인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 성적이 70점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잘한 게 아무것도 없는 빵점 정부”라고 비난한 것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현 정부가 모든 면에서 평균 점수 이상을 받을 만큼 선전했다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를 나름대로 극복하고, 2년 연속 무역액 1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국가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등 선전한 분야가 꽤 있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두 눈 부릅뜨고 있는 국민이 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박 후보를 ‘빵점 정부의 공동 책임자’라고 격하하기 위해 현 정부에게 빵점을 준 것은 문 후보의 억지일 뿐이다.

두 후보의 공약 가운데 가장 한심한 것 중의 하나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이다. 실효성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근거로 현 정부가 포기한 개발사업을 다시 들먹이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환경문제, 과다한 사업비, 경제성 미흡 등으로 인해 엄청난 손해가 예상되는 지방사업을 계속 밀어붙이면 안 된다. 그래도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고집하면 최소한 사업비의 50% 이상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나랏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길이다. 곳간 중에서도 가장 큰 곳간지기가 돼야 할 차기 대통령은 대국적 관점에서 정책을 실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

자신이 초우량주라고 주장하는 두 후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정치 역정을 다룬 영화 ‘철의 여인’에서 대처 총리가 한 말이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운명이 된다.” 생각 말 행동 습관 성격 운명이라는 연결고리에서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운명이 꼬인다는 뜻일 것이다. 그중에서 시발점인 생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두 후보가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진보를 퇴색시키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에게는 권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