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박순영] 성경적인 투표 원리

입력 2012-12-06 18:40


고대 그리스의 클레이스테네스는 귀족과 평민의 대립이 심화되던 시기에 아테네의 지도자로 등장해(BC 508) 민중(demos)에 의한 권력이 행해지는 개혁과 민주정치(democratia)의 기틀을 든든히 다진 사람이다.

그의 업적 가운데 도편추방제(陶片追放制·ostracismos)는 독재자의 출현을 예방하고 시민의 권리를 신장하여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투표 방법은 질그릇 조각(陶片)에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었는데 시민들은 장차 독재자가 될 조짐이 보인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이름을 질그릇 조각에 써서 투표함에 넣었다. 만일 어떤 사람의 이름이 집계되어 숫자가 6000을 넘으면 해당자는 10년 동안 외국으로 추방당한다. 그리하여 추방된 잠재적 독재자는 망명생활에서 민족의 소중함과 백성의 힘을 깨달아 겸손하게 되고, 다른 야심가적 정치인들도 두려움으로 교훈을 얻었던 것이다.

대선 때 발휘될 투표의 위력

2500년이나 된 옛날이야기를 새삼 들추어내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투표’의 위력을 발휘할 때가 열흘 남짓(12월 19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현실적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나 앞날의 일에 대해 하나님의 뜻을 묻기 위해 돌이나 나무, 종이 등을 땅에 던지거나 그릇에 담은 뒤 뽑는 형식의 제비뽑기(lot)라는 투표 방식을 사용한 기록들이 있다. 속죄 제물을 구별하거나(레 16:8∼10), 가나안의 영토를 분배할 때(민 26:55. 수 14:2), 군사 선발(삿 20:9), 왕의 선택(삼상 10:17∼21), 범죄자의 구별(삼상 14:36∼42), 성전 직무의 할당(대상 25:8), 직무의 순서 배정(눅 1:9) 등 제비뽑기는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하나님의 주권을 믿고 의지하는 신앙의 표현이며(잠 16:33) 제각기 힘으로 해결하려는 다툼을 그치고 하나님께서 판단하신 결과에 순종하게 하는 바람직한 해결책이었다(잠 18:18).

예수께서 승천하신 뒤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던 제자들과 초대교회 성도들은 가룟 유다를 대신할 사도를 보선하려고 두 사람의 후보를 공천받아 제비뽑기로 맛디아를 선출하였다(행1:20∼26). 베드로는 교회공동체에게 사도직 후보로 공천받을 자격을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 동안 “우리와 항상 함께 다니던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 하였다. 즉 예수님과 제자들의 사역에 처음부터 끝까지 늘 같이 있어 좋은 일도 어려운 일도 심지어 십자가의 고난까지도 함께 겪으며 소통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천 자격을 말한 다음, 뽑힌 자가 감당해야 할 사도의 직무를 가리켜 ‘증언’할 ‘봉사자’라 하였다.

법정에서 쓰였던 ‘증인’이란 말은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가감하거나 굽힘 없이 진술하는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신약성경에서 ‘증인’에 해당하는 헬라어(martus)는 목격자, 증거자라는 말에서 비롯되어 후일 순교자(martyr)라는 뜻으로까지 쓰이게 되었다(계 6:9). 봉사자(diakonos)는 ‘먼지(konos)를 뒤집어 쓴(dia) 사람’이란 어원처럼 궂은일을 마다 않고 섬기는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와 더불어’라고 말한 것은 섬기는 일에는 다른 이와 협력하는 겸손함과 조화로운 인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제비를 뽑았다.

조화로운 인격 소유자 뽑아야

그리스도인들은 사도직 선출에서 보여주는 모범을 따라 국민과 함께 소통하며 살아 온 사람, 섬기는 사람, 더불어 일할 수 있는 인격을 가진 사람을 선택하도록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선택하자. 내 한 표가 이 나라 민주주의의 기초이며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나의 선택에 자신과 민족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박순영 장충단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