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나로호와 정치변수
입력 2012-12-06 18:40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3차 발사가 결국 내년으로 연기됐다. 수술대에 놓인 나로호는 현재 1·2단을 해체한 상태에서 2단에 대한 정밀진단을 받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최근 나로호3차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달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상이 생긴 부분의 원인 파악과 개선·보완 조치를 한 뒤 발사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기술적 보완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기상 환경이 맞으면 내년 1월에라도 발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주변 평균 온도는 1.8∼2.1도, 지상 평균 풍속은 초속 5.8∼6.5m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로호 발사가 가능한 평균 온도는 영하 10도∼영상 35도, 풍속은 초속 15m 이내다. 다만, 이 시기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5m로 가능 조건(초속 21m)보다 좀 세게 부는 게 걱정이긴 하지만 발사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정부 측 견해다. 물론 기술적 점검이 늦춰지고 기상에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1월 발사도 힘들어질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 우려되는 게 정치적 변수다.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은 대통령 당선자가 돼 인수위원회를 꾸리게 된다. 인수위는 현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업을 세세히 들여다볼 것이고 경우에 따라 수정·보완할 것이다. 나로호 3차 발사도 마찬가지다. 항우연의 한 관계자는 “대형 국가사업이긴 해도 대통령 당선자가 한 마디 하면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래서 발사 실무를 맡고 있는 항우연 기술진은 나로호가 오히려 정치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만약 현 정부 임기인 내년 1, 2월 안에 발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나로호 발사의 공은 차기 정부로 넘어간다. 현재 유력 대선 후보들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과학기술부 부활’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과학기술 담당 부처가 개편되면 나로호발사관리위원회의 인적 구성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나로호발사관리위원장은 교과부 2차관으로, 상황에 따라 발사의 실무 책임자가 바뀔 수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나로호 발사 연기 브리핑에서 “나로호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짊어진 중요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정책 당국이 바뀐다 해도 발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 개편에 따라 정책 추진이 늦어지거나 변화가 오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나로호가 한번 연기될 때마다 7억∼8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항우연은 2010년 6월 2차 발사 이후 2년4개월여 동안 3차 발사를 준비하면서 예산 100억원을 대부분 소진했다. 항우연은 나로호 점검과 함께 향후 추가 예산 확보도 고민해야 한다. 나로호 발사가 계속 늦어지면 발사체 2단의 사용 연한(5년)이 다하는 문제도 있다. 나로호 2단은 2009년 1차 발사를 앞두고 2008년 4월 만들어 둔 3개 중 마지막 남은 한 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품 이상이 발생할 소지가 많아진다.
나로호는 10여년간 5205억원을 들인 사업이다. 국민 염원이 담긴 나로호는 기술적 상황과 기상 환경만 맞으면 우주로 향하는 것이 맞다. 나로호 발사가 정치에 발목 잡혀선 결코 안 된다. 조만간 꾸려질 대통령직 인수위, 그리고 내년에 출범할 차기 정부는 나로호 발사 기술진에게 부담을 주는 정치·행정적 변수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민태원 정책기획부 차장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