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겉모습만 훑는 우리들의 상투적 여행 방식에 반기
입력 2012-12-06 17:36
사회학자 윤여일의 ‘여행의 사고’
이런 여행기, 처음인 듯 하다. 대안적 연구 공간 ‘수유너머’ 출신의 사회학 연구자 윤여일(33)씨의 신간 여행 에세이 ‘여행의 사고’(전3권·돌베개)는 우리의 상투적 여행 방식을 아프게 건드린다.
1권의 첫 머리에서 그는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쓴 인류학서 ‘슬픈 열대’를 꺼내든다. 스트로스는 ‘인류’를 학문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어디까지나 ‘비서구인’ 인류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동료 인류학자들의 서구 우월주의 시선에 반기를 들었다. 그랬던 스트로스에 기대어 저자는 여행자들의 고약한 시선을 얘기한다.
원주민들의 삶의 맥락은 무시하고 겉모습만 담아오던 20세기 초반 서구 인류학자들의 오리엔탈리즘이 우리 여행 문화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테면 인도의 서로 다른 도시, 다른 마을을 다녀왔으면서도 그냥 똑같이 인도를 다녀온 것으로 치부되는 여행 문화에는 중진국 한국의 소박한 정복욕과 과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여행 방식을 제안한다. 나라 단위가 아니라 마을 단위에서 생활 감각을 체험하는 여행, 현지인의 목소리를 듣지만 그걸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 여행, 카메라를 사용하되 그 폭력성을 의식하는 여행을 말하다. 그런 시각의 여행 에세이가 궁금하지 않은가. 책은 1권에서 멕시코 과테말라, 2권에서 인도 네팔, 3권에서 중국 일본을 다룬다.
손영옥 선임기자